"시·도 통합이냐 도청 이전이냐"

입력 1999-08-27 00:00:00

26일 경북도와 한나라당(도지부장 박헌기)의 도정협의회에서도 도청이전 문제는 최대 이슈였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도청이전 문제를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대구·경북의 통합을 추진하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었다.

도청이전에 대한 강경파는 예상대로 안동 출신의 권오을의원이었다. 권의원은 먼저 "여기에 있는 도청 공무원들이 왜 경북지사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대구시장 선거에 투표를 하느냐"며 도청 공무원들의 대구 거주 현상을 꼬집고는 "안동이 수위로 나온 95년 용역결과를 그대로 추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 출신 의원들은 권의원 주장에 크게 동조하지 않는 눈치였다. 다들 자신의 출신지로 도청 이전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날 주목을 끈 것은 소모전으로 흐르고 있는 도청이전 논쟁을 현 단계에서 접고 대구와 경북을 통합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이었다. 지금처럼 대구와 경북이 따로 놀면서 협조 보다는 경쟁 내지 견제나 하는 병폐를 지양, 광역권 개발을 용이하게 하고 구조조정과 행정의 효율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합하기 위해서도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였다.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김천출신의 임인배의원이었다. 임의원은 회의 서두에 "도청이전 문제는 그리 급한 사안이 아니다"며 "국회 차원에서 도청 이전을 반대하고 대구·경북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결의를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가의 장기발전적 측면에서도 대구·경북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며"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도의 한 고위 관계자도 "민간 부문에는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행정조직은 분리·분화만 하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정부에서도 행정구역 통합의 측면에서 시·도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문제에 대해 이의근지사는 "이 사안은 지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며 정부에서 결정하거나 승인할 사안도 아니다"며 도의회 차원의 결정이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이지사는 이어 통합론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도 통합이 바람직스럽다는 입장이고 지역에서도 일부에서 통합론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전이 공론화 돼 있는 상황에서 통합론을 다시 제기, 관철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지사는 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서도 "만일 통합이 된다면 대구와 경북이 서로 유치 경쟁을 벌이는 영남권 복합화물터미널 문제는 물론 위천단지, 낙동강수질 대책 등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지역 현안들 가운데 상당수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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