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풍토병

입력 1999-08-24 14:01:00

'가을철 열성 풍토병'으로 불리는 유행성 출혈열·렙토스피라·쓰쓰가무시병 등이 고개를 드는 계절이다. 조금 이르다 싶지만 태풍이 지나간 뒤 조성된 적당한 환경 때문인지 예년에 비해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이들 '가을철 열성 풍토병'은 대개 발열·오한·전신 근육통·두통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여 가슴통증·기침·호흡곤란을 동반한 피섞인 가래나 피를 토하는 증세로 발전한다.

■유행성 출혈열

1951년 6·25동란중 임상증상을 보인 유엔군에서 처음 확인돼 76년 제2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된 급성 전염성 질병으로 발열과 전신 쇠약감으로 시작, 구토·복통·단백뇨에 이어 신부전증·출혈성 경향을 보인다.

전파방식이 확실히 규명되진 않고 있지만 들쥐와 집쥐의 오줌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염되면 3~8일간 발열·결막충혈·전신 쇠약감·두통·구토·식욕부진 등 증상이 지속되며 3일째 출혈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해지면 단백뇨·저혈압·쇼크가 초래되고 약간의 신기능 장애가 나타나 신부전증으로 진행, 수주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신부전으로 인한 치사율은 5%미만. 70%가 10, 11월에 발생하지만 근래들어서는 발병시기가 파괴되는 경향이다.

■렙토스피라

우리나라에서 1984년 존재가 확인된 열성질환으로 감염될 경우 고열·오한·두통·구토·전신 근육통·심한 쇠약감 등에다 결막이 빨갛게 변하고 치료가 늦어지면 호흡곤란·기침과 함께 피를 토한다. 때론 황달·신부전·용혈성 빈혈·피부와 점막 출혈 등이 생겨 수일~3주간 계속되기도 한다.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감염된 소·돼지·개·말 등 동물, 특히 쥐의 오줌으로부터 오염된 젖은 풀이나 흙, 물에 상처난 피부나 점막 접촉으로 전파된다. 10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한달동안 소변을 통해 렙토스피라균을 배설하게 된다.

대부분 가을철 태풍이나 홍수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워 묶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감염된다. 9, 10월 20~50대 남성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쓰쓰가무시병

우리나라와 일본·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발생하는 고열성 질환으로 좀진드기가 물어 생긴 상처에 의해 전파된다.

감염된 진드기가 붙었던 부위에 직경 5~10㎜크기의 까만 딱지와 주위 발진이 형성. 감염되면 열이 생긴뒤 수일내로 두통·결막충혈에다 임파선이 부으면서 땀을 많이 흘린다. 열이 생긴지 1주일 뒤 희미한 붉은 반점이 몸에 돋기 시작해 양쪽 팔·다리로 번졌다가 2, 3일내 사라진다.

이밖에 기침·가래증상과 함께 간기능 검사에서 간비대 등 이상소견이 나타나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치사율이 최고 60%에 이른다. 나이가 많을 수록 치사율은 높아진다.

주로 새로운 거주지나 벌목지, 제초지 등 좀진드기 서식 밀도가 높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발병 위험성이 크다.

이들 '가을철 열성 풍토병'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위험한 환경에서는 장갑과 장화를 신고 긴소매 옷을 입은 뒤 일을 해야한다. 또 논의 물을 완전히 빼 벼잎이 마른 뒤 벼를 수확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쓰쓰가무시병 예방을 위해서는 감염된 좀진드기와의 접촉 방지를 위해 노출된 피부에 진드기 구산제를 바르고 옷이나 담뇨 등으로 덮는다.

또 유행성 출혈열 매개체인 쥐를 박멸하고 옷이나 장갑 등을 잔디 등 풀위에 벗어뒀다가 입거나 끼지 않는 것이 좋다. 유행성 출혈열은 예방백신 접종으로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다.

이밖에 근래들어 경기·강원도 이북지역에서 서울·경기 이남지역으로 발병지역이 넓어지고 있는 '말라리아'도 감염되면 막연한 쇠약감에서 시작, 오한과 고열·두통·구역질이 나타나는 등 열성 질환과 같은 증세를 보인다.

열이 전혀 없다가도 오한·발열이 반복되는데 가장 흔한 '3일열원충'에 감염됐을 경우는 하루 걸러서 열이 나며 어떤 균주는 증상이 나타날때 까지 잠복기가 8~10개월이나 되며 '난형열원충'에 의한 경우는 잠복기가 더 길어진다.

이같은 열성 전염병에 감염됐다고 판단되면 즉시 치료가능한 병원으로 옮겨 적절한 항생제와 수액요법 등을 써야만 병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도움말:대구효성가톨릭대병원 류머티스내과 송용호 교수·053-650-4033)

黃載盛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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