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데스크-새로운 정당의 요건

입력 1999-08-24 14:16:00

내달부터는 전국정당, 또는 제2의 창당이라고 하는 여야의 '역점 사업'이 윤곽을 잡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역정당의 레테르를 떼내기 위해 국민회의는 연말 창당을 목표로 다양한 구상과 다각적인 창당작업을 할 것이다. 호남에 뿌리를 둔 지역당이 아니라 영.호남, 수도권, 충청, 강원 등 전국을 기반으로 하는 집권당의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것이다.

◈지역당 딱지 떼기

일찌감치 야당에서 여당으로 건너 간 사람들이나 친 DJ 성향 인사들은 "이제 지역감정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며 한결같이 지역감정 타파의 전도사로 자처하는 말들을 한다. 깨달음이 더딘 그들을 탓할 마음은 없다. 원래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이용한 사람들은 정치권 사람들이었다.

물론 특정 지역과 그 지역 인사를 무턱대고 비난해 온 감성적 시.도민들도 없지 않지만, 지금까지 정치권이 불을 지피고 부채질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고질화될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에 당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지역을 뛰어 넘는 전국정당 건설에, 특히 대구.경북지역 인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말을 할 때 매우 당혹스런 것이다. 과거 여당 소속이었을 때 전국정당 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번민을 했는지 밝혀주기 바란다. 애시당초 지역 감정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전도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YS의 집권당시 권력의 단물을 얻어 마시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고 '저 중에 과연 몇명이나 YS일행과 함께 고난에 찬 산행을 해 보았을까'하고 쓴 웃음을 지은 바 있다. DJ가 집권하니까 너도나도, 엉뚱하다 싶은 많은 인사들까지 몰려들어 한자리씩 차지하는 것을 보고 또 한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5.18 그날 광주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자 애쓰며 나중에라도 그 아픔에 동참하려 가슴앓이라도 한번 해 본 사람들이 DJ정권에 줄을 서고 있는 것일까.◈숫자 불리기는 곤란

전국정당의 기본요건은 형식적으로는 전국을 망라하는 인사들의 참여로 갖춰지겠지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이면 더 좋고 구시대 인물이라도 바른 정신을 갖고 부패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 물론 정책과 이념이 뚜렷한 정당이어야 하겠지만, 정치 지향적 학자.관료.법조인.언론인.시민운동가 등등 이름 좀 나 있는 사람 불러 모았다고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민운동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요즘은 시민운동가들이 장관.청와대수석비서관 등에 등장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NGO(비정부기구)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시민운동가들은 더 겸허해져야만 시민들의 동참과 연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회의의 전국정당 추진에 자극받은 한나라당도 제2창당을 선언하고,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회의가 추진하고 있는 전국정당에 참여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인사들을 입당시켜 숫자만 불린다고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진부한 논란거리지만 안보와 대북정책에 대한 확고한 입장, IMF졸업을 위한 경제정책의 구체적인 방향과 새로운 세기를 맞는 국가의 비전 등을 제시함으로써 참여의사를 가진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총재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몇 갈래 세력으로는 제2창당의 신선미를 얻지 못할 것이다.

◈21세기 국가비전 제시

또 하나, 지역성을 부각시켜 그것을 배경으로 당의 존립을 지켜 나가겠다는 발상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 지금까지 지지할 정당이 없어 마음 내키지 않지만 표는 던져준 이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결코 고와서, 잘해서 표를 준 것은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

가을 정기국회가 끝날 즈음, 전국정당.제2창당 작업 등으로 어수선해 질 것이다. 내년 총선도 몇 달 남지 않게 된다. 이 와중에 바쁜 마음이지만 새로운 세기를 맞을 준비도 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임덕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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