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세율을 현행 35%에서 100%로 인상하자는 조세연구원의 제안은 매우 충격적이다. 아직 정부안으로 확정된 뒤 국회통과까지 여러 절차가 남아있어 조정될 여지는 남아있지만 재정경제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의 제안이란 점에서 그같은 인상폭이 정부의 정책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서민과 애환을 함께해온 소주는 이제 국민주라 할 수 있고 이렇게 값싼 대중주가 세부담으로 값이 배로 뛰는 사태가 온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소주 한잔으로 시름을 달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물론 지나친 음주문화가 건강을 해치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 세금을 갑자기 덮어씌워 이를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적어도 사회의 병리적 구조가 잘못된 음주문화를 조장하고 있다면 그같은 구조를 고치는 것이 선행돼야할 것이고 음주습관에 문제가 있다면 학교교육·사회교육 등을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할 것이다. 이렇게 소주세율을 올린다면 결국 소매점이나 술집에서 소주값이 대폭 오를 것임은 불보듯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부담은 대중주인만큼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서민의 기호생활을 억제하고 물가를 자극하는 소주세율의 비현실적인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고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이 요구한대로 소주와 위스키의 주세율차별을 철폐하라는 판정은 지킬 수밖에 없고 그것도 위스키 수입의 급증을 불러올만큼 세율을 하향균형으로 만들어서도 안될 것이다. 이때문에 소주세율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해도 한꺼번에 약3배나 올리는 것은 잘못이다.
소주세율을 올리면 위스키세율도 오르기 때문에 위스키 수입억제효과는 있겠지만 그대신 이미 수입규제가 풀린 맥주소비가 늘어날 대체효과를 감안하면 어느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지 구체적으로 검토해볼 일이다. 현행대로 맥주세율은 그대로 두고 소주세율만 대폭 올린다면 정부가 주류전체의 수입을 억제하는 효과에 목표를 두었다기보다 주세에 의존하는 세수효과만 노리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유럽지역에선 국민주인 포도주에 주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는 나라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소주세율 분쟁과 관련 세계무역기구에서의 패소를 반성하기는 커녕 이를 빌미로 국민의 세부담만 늘리려 한다는 나쁜 인상을 줄 것이다.
이번 소주세율 인상조정을 계기로 상호 대체관계에 있는 주류전반의 합리적 세율조정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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