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당국 속앓이

입력 1999-08-23 00:00:00

군당국이 연평해전 당시 서해상에 침몰한 북한어뢰정의 인양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침몰 지점이 북한인접 해역이어서 새로운 충돌 가능성이 우려돼 인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시중에는 장기간 인양하지 않은데 따른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참은 지난 6월 15일 북한 어뢰정 1806호가 연평도 서쪽 13.2㎞, 북방한계선(NLL) 남쪽 5.5㎞ 해역을 침범, 우리 해군과 교전중 함포에 맞아 침몰했다고 발표했었다.

군당국은 이후 어뢰정을 인양하는 문제를 검토했으나 침몰지점의 조류 및 해저조건이 워낙 나쁜데다 한계선과 인접한 곳이어서 자칫 북측과 우발적인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자체판단에 따라 인양을 포기했다.

간첩선이 침몰했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 선박을 인양해 국민들에게 공개하면서 북한의 호전성을 부각시켰던 종전과 달리 교전발발후 두달이 넘도록 어뢰정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자 국민들 사이에는 각종 악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PC통신과 증권가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옷로비사건과 조폐공사 파업 유도설 등으로 곤경에 처하자 난국 돌파용으로 연평해전을 촉발했으며 침몰 선박도 북한 어뢰정이 아닌 해군 고속정이라는 것이 유언비어의 주요 내용.

이런 소문은 국회로까지 비화돼 한때 야당에서 조성태(趙成台) 국방장관을 상대로 어뢰정의 침몰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나 사진이 없고 인양작업도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당시 교전이 워낙 치열하게 전개되고 시정마저 불량해 사진 및 비디오 촬영이 불가능했으며 인양문제도 검토했으나 북한의 불법 영해 침범뒤 선제공격으로 교전이 발생했기 때문에 국제법으로나 관례로 볼 때 어뢰정을 인양해 인도할 의무가 없다고 답변,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내면서 유언비어는 잠잠해지는 듯 했다그러나 최근 시중에서는 이같은 유언비어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군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북측이 인양문제를 공식 제의해올 경우 긴장완화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내부 방침만 세워놓고 유언비어를 불식시킬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언론이 어뢰정 침몰사실을 인정했음에도 국민들 사이에 의혹이 끊이지 않는데 대해 안타깝다"면서 "북한이 인양문제를 제의해오면 유언비어도 자연스럽게 종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