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의 충실한 성장이 아닌 자본 위주의 거래로 한 몫 챙길 수 있는 '카지노 자본주의'가 한국 사회에 기생하기 시작했다. 사회학자들은 이같은 '돈벼락 신드롬'이 투기자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 일정한 부를 누릴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등 정보통신의 발달이 이같은 카지노 자본주의의 한탕위주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주식 등 금융상품에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기회가 커지면서 부를 쌓으려면 성실한 노력보다 운과 요행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기업인 ㄴ사는 최근 '돈벼락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광고를 보거나 다른 회원을 소개하면 일정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 이달말까지 50만번째 가입회원에게 1억원 상당의 자사 주식을 지급하는 특별 행사도 진행 중이다. 이밖에 모범 회원들에게 1주에서 수백주씩 주식을 지급할 계획이다. ㄴ사는 코스닥 등 주식시장에 상장될 경우 주식 가치가 현재보다 최고 수백배 뛰어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이같은 행사를 벌이고 있다.'돈벼락 신화'에 매료된 회사원들이 케이블TV 경제관련 채널에 맞춰놓고 주식시장의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거나 컴퓨터에 사이버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근무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하는 모습이다. 이마저 여의치 않은 일반인들은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유사 금융회사에 돈을 맡겼다가 고스란히 날리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증권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순간 시세차익을 노린 초단기 주식거래에 일반인도 참여하고 있다. 근무시간도 아랑곳 않고 하루에 수십번씩 주식을 사고 파는 일이 공공연해지자 일부 회사는 사내 컴퓨터를 통한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달아오른 '주식 횡재'의 열기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다.
대학가 역시 이같은 사이버 드림의 열풍에서 예외일 수 없다. IMF 사태 이전 대기업 취업이 꿈이던 대학생들은 '스타벤처'를 일구거나 연봉 수십억원대의 금융상품 투자전문가가 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희망에 부풀어있다. 최근 지역 대학가에선 최신 주식투자기법이나 선물,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을 연구하는 동아리가 속속 결성 중이다.
대구라운드 준비위원회 한 관계자는 "한탕주의에 근거한 투기자본의 폐해가 뒤늦게 사회현상으로 불거지고 있다"며 "불건전한 치부과정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투기자본의 규제야말로 세계 경제관행 및 의식의 건전화를 도모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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