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경기 "인간 한계에 나를 맡긴다"

입력 1999-08-20 14:01:00

더 이상 밋밋한 것은 싫다. 좀더 극한적이고 모험적인 스포츠는 없는가. 이런 도발적인 현대인에게는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을 혼합한 철인3종이 제격이다.

3.9㎞의 물살을 가르고 남은 기운으로 다시 180.2㎞를 자전거로 달린 뒤, 마지막으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을 때까지 42.195㎞를 뛰어 총 226.3㎞를 17시간안에 완주해야 하는 철인3종 경기야말로 인간체력의 한계에 도전장을 던지는 종목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철인(아이언 맨)의 칭호가 주어지고 초극의 경지를 맛보는 것이다.

3.9㎞의 물길은 걷기에도 힘든 10리. 자전거로 달리는 180.2㎞는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거리(182㎞)와 맞먹는다. 게다가 물살을 가르고 페달을 밟느라 기진맥진한 뒤 맞이하는 마라톤 풀코스는 '죽음의 백리길'.

같은 극한상황에 도전하는 철인3종경기가 체육인들 뿐만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직장인들과 대학생들 사이에 '해볼만한'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내 철인3종경기는 지난 91년 처음 세계철인3종경기본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을 만큼 연륜이 짧다.

최근들어 30~40대를 중심으로 20대와 50대에 이르기까지 인간한계에 부딪혀 보려는 열기가 조금씩 퍼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역마다 동호인 클럽들이 적잖게 생겨나 전국적으로 10여개의 클럽이 활동중이다. 물론 아직까지 남자들이 주종을 이루지만 여성들의 참여열기도 만만찮은 추세다.

대구에는 대구철인클럽(회장 이석천)이 올해 4월 발족, 현재 40여명의 회원이 활동중이고 경북에도 대한트라이애슬론경기연맹 경북지부(회장 오홍근)가 지난 95년 구성돼 3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대구:252-4454, 경북:0546-467-8260〉

이들은 평일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 가까운 수영장이나 운동장을 찾아 수영과 마라톤을 익힌다. 주말에는 단체로 100㎞정도의 도로를 사이클로 달리며 보조를 맞춘다. 대구에서는 가창을 출발해 경북 청도 각북과 풍각 또는 현풍 등지로 돌며 은륜페달에 자신을 담금질 하고 있다. 대구클럽 경우 소식지를 발행하고 자체 홈페이지(http://bora.dacom.co. kr/~jeanette)까지 갖춰 철인3종의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동호인들은 짧은 연륜에도 적극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7월 강원 속초와 경북 포항서 열린 철인3종경기대회에도 수십명이 출전해 기량을 펼쳤다. 또 오는 22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9회 한국철인3종경기대회 겸 99세계대회예선전에도 대구팀은 전국단일클럽중 가장 많은 선수 26명과 응원단 등 70여명이 참여하고 경북에서도 10여명의 선수.동호인들이 출전할 예정이다.

이석천회장은 "인간한계를 넘나들며 극한 상황을 맛볼 수 있는 철인3종은 신이 인간에게 준 마지막 경기인 셈"이라며 "평범함에서 벗어나고 짜릿함과 함께 완주의 환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 말했다.

鄭仁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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