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사진대전-정지된 역사의 장면들

입력 1999-08-20 14:09:00

발가벗은 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베트남 소녀, 굶주림에 지쳐 엎드린 소녀의 숨이 끊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독수리, 자신의 관자놀이에 겨눠진 권총에서 죽음의 냄새를 느끼며 얼굴을 잔뜩 찌푸린 베트남인.

한 장의 사진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삶의 비애와 죽음의 공포, 그리고 찬란한 기쁨의 이미지들은 어떤 극적인 말이나 글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이처럼 정지된 역사의 한 장면을 통해 저물어가는 20세기를 생생하게 말해주는 사진들을 한자리에 모은 '죽음으로 남긴 20세기의 증언-퓰리처상 사진대전'이 20일부터 한달간 대구문예회관(053-606-6114)에서 열린다.

80여년간 '저널리즘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퓰리처상의 연도별 수상 전작품 130점과, 촬영기자재를 선보인다.

'죽음으로 남긴 20세기의 증언'이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이번 전시에서는 촬영자의 목숨을 건 용기, 양심, 정열, 헌신 등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전쟁터에서 취재 도중 숨진 1972년 수상자 미셀 로랑이나, 1994년 '수단의 굶주린 소녀'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지만 촬영보다 소녀를 먼저 도왔어야 했다는 비판에 괴로워하다 33세의 나이에 목숨을 끊은 케빈 카터 등이 대표적인 경우.

하지만 이들이 목숨을 걸고 촬영한 사진은 세상을 바꿨다.

알몸 소녀가 폭격을 피해 도망가는 후잉 콩 우트의 '전쟁의 공포(1972)'는 반전운동을 고조시켰고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1994)'는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구호운동을 촉구하는 매개체가 됐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전시시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7시까지며 입장료는 성인 5천원, 중고생 3천원, 초등학생 2천원.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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