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17일 대통령 직속의 '반부패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는 등의 거창한 '부패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단시일 내에 척결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반부패 대책을 둘러싸고 총리실이 모순된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의 부패척결의지를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어 버렸다.
이번 작업을 사실상 주관한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이날 40여쪽 짜리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정해주 실장은 "이제까지는 정부가 공직자 부정을 사후에 적발하는 데 주력했으나 이번 대책은 부정을 사전에 예방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오리발' 500만원은 이같은 정부의 부패척결 의지를 의심케 한다. 김총리가 지난 주말 자민련 의원 50여명을 총리공관에 초청, 만찬을 베풀면서 500만원씩 3억원 가까운 거액의 격려금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정부가 반부패 선언을 하면서 공직자들에게 단돈 1원이라도 부정한 돈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총리는 500만원이란 거액을 '성의'라며 돌렸다.
총리실 측은 파문이 일자 "총리가 지급한 돈은 정부 예산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사실은 우리도 출처가 궁금하지만 총리의 사비로 추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라는 '오리발'은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이다. 검은 돈의 조달과 이를 유통시키는 구조야말로 청산돼야 할 구시대 정치에 다름아니다. 김총리는 입으로는 부패척결을 선언해 놓고도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내 내각제 개헌이 유보되고 총리 해임건의안이 폐기된 묘한 시점에 김총리가 내놓은 격려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개혁시민연대'는 "금권정치, 매수정치의 실상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정부의 '부패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한 국무조정실의 한 실무관계자는 "부패척결에 성공한 외국의 선례를 보면 최고지도자의 부패척결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우리의 경우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하게 거액의 오리발을 돌리면서 공직사회에 대해서만 깨끗해지라고 요구할 수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총리의 오리발 500만원은 정치권의 자성과 개혁없는 반부패척결은 구호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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