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한결같은 산사랑 앞산 지킴이

입력 1999-08-18 14:31:00

15일 새벽,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앞산 고산골 제1약수터 부근 5평 규모의 자그마한 체육공원에 올랐던 용두산체육회 신계룡(63)회장은 잠시 할말을 잊고 말았다.밤사이 산을 오른 누군가가 체육공원을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 회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안내판과 중대형 거울이 산산조각난 흉한 모습으로 산길에 흩어져 있었다. 시민들이 약수를 떠먹던 바가지 70여개도 바닥에 구멍이 뚫린채 여기저기 팽개쳐졌다. 행여 더럽힐까봐 회원들에게도 접근을 금했던 고산골 계곡에 아령과 평행봉을 던져 나무나 풀을 훼손시켜놓은 모습은 끔찍하기까지 했다. 가슴이 무너지는것 같았다.

용두산체육회가 결성된 것은 30여년 전. 그동안 조금씩 회원이 늘어 지금은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입회자격은 '앞산 사랑'. 부회장 이충희(57.대구시 수성구 수성3가)씨는 "우리나라에 명산도 많다지만 대구 사람에겐 도심에 가깝고 물맛이 좋으며 산책로가 완만해 오르기 쉬운 앞산이 보물"이라며 앞산을 추켜세웠다. 신회장도 20여년 전 신장 및 위장 질환 때문에 앞산을 오르기 시작했으며 이후 지병이 씻은 듯 치유됐다고 자랑했다.

앞산을 사랑하는 용두산체육회 회원들은 자발적인 환경감시요원 노릇을 하고있다. 시민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황량해졌던 제1약수터 부근에 최근 회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벚꽃나무와 은행나무 40그루를 심었고 약수 오염을 막기위해 상수원 주변에 대한 보호활동에 나섰다. 또 일상적인 나무 가지치기와 우천 시 무너진 고산골 일대의 축대를 보수하고 있으며 회원들이 마련한 체육시설을 일반인들에게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최근엔 하루 1천여명의 대구 시민들이 출입하게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이같은 '앞산사랑'은 쓰레기 투기 및 취사, 계곡에서 목욕을 하는 일부 시민들과 격한 충돌을 빚기도 했다. 회원들은 이번 사태도 이런 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용두산체육회 신회장은 "체육공원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어나갈 것"이라며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니 안방 처럼 사용해주는 대신 앞산의 환경은 철저하게 지켜나가자"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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