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양심을 다 도둑맞은 세상처럼 많은 사건들이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데 너무나 착한 양심기사를 소개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지난달 비가오는 새벽의 일이었다. 수성구 들안길 도로주차장에 주차해둔 차가 볼일을 보고 나오니까 크게 부숴져 있었다. 깊은 밤이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저쪽에서 누군가가 뛰어오며 『이 차를 사고낸 사람이 저 입니다. 죄송합니다. 어떤 책임이든 지겠습니다』하고 말했다. 그가 바로 아세아택시 57바6241호 운전기사 배건호씨다.
운전면허증과 명함을 주면서 날이 밝으면 찾아 뵙고 책임지겠다기에 정비공장에 수리를 맡기고 나니, 그 기사가 오후에 음료수를 들고 미안하다고 하며 사무실을 찾아왔다.
비오는 길에 손님을 태우려다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났는데 타려는 손님조차 보는 이가 없으니 그냥 가자고 했지만 양심이 허락치 않아서 30분이나 비를 맞으며 기다렸다고 한다. 참으로 암담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세상에 이렇게 양심있는 운전기사를 만난건 내가 비록 피해자이지만 너무나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김형준(대구시 달서구 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