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 축협회장 할복

입력 1999-08-13 15:06:00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회의장에서 '농업협동조합법'의 심의.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할복한 신구범(愼久範) 축협중앙회장이 13일 0시25분께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최창락 병원장은 수술을 마친 뒤 병원 4층 강당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곧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김응국 외과과장은 "신회장은 배꼽 윗부분이 깊이 8~10㎝, 길이 39.5㎝ 가량 열려 소장 전체가 노출된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했다"며 "소장의 장간막이 일부 파열돼 출혈이 있었지만 다른 장기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수술이 잘 끝나 10여일 뒤면 퇴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과장은 "응급실에 왔을 당시 맥박이 분당 110회로 높았으며 혈압이 약간 떨어진 쇼크상태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소변도 잘 나오고 맥박과 혈압 모두 정상으로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에앞서 신 회장은 12일 밤 9시20분께 병원 응급실에 도착, 응급처치를 받은데 이어 10시5분께 4층 수술실로 옮겨져 2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수술후 어느 정도 정상을 회복한 신회장은 중환자실에서 축협중앙회 이범섭 부회장과 송건석 이사를 만나 "모든 것을 걸고 축산인들을 위해 무언가 남기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않아 아쉽다"며 "그래도 정의가 통할 줄 알았는데 권력앞에는 정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협은 적(敵)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 병원 주변에 모여있는 직원들을 의식한 듯 "고생들 많이 할텐데 어서 집에들 돌아가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이 부회장은 전했다.

신회장의 부인과 아들 2명은 할복소식을 전해듣고 밤 10시께 병원에 도착, 병실을 지켰다.

부인 김시자씨는 "12일 오전 남편이 2차례 제주도 집으로 전화를 걸어 '중대한결심을 했다. 하느님께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병원에는 할복소식을 듣고 축협 간부와 노조원 등이 속속 몰려들어 2천여명이 응급실과 수술실 등에서 축협, 농협, 인삼협의 통합반대를 주장하며 연좌농성을 벌였으며 경찰은 응급실과 수술실 주변에 5개중대 600여명의 병력을 배치, 만일의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이날 국회에서 농성을 벌인 축협중앙회 노조위원장 김정수(41)씨 등 18명을 연행했으며, 현장에서 할복에 사용한 흉기의 소재를 찾는 한편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중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