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사면 철회하라

입력 1999-08-13 15:13:00

정부가 김현철씨에 대해 잔형면제라는 편법사면을 결정하자 시민들은 "이제 더이상 법의 정의는 없다"며 분노를 넘어 허탈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또 정부의 이번 사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회사원 차진근(31)씨는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현철씨의 사면을 강행하는 현정부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법의 잣대가 권력과 부에 따라, 형평성과 전혀 관계없이 적용된다는 우리의 현실을 또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박정옥(45.여.주부)씨는 "대통령 아들이 마치 자신이 대통령인 것 처럼 행세하며 나라를 뒤흔들었는데도 죄값을 치르지 않고 풀려난다는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고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며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주장했다.

공무원 김영길(54)씨는 "이번 김현철씨의 잔형면제는 상식적으로 납득할수 없는 결정이다. 특정인에게 특별한 대접을 한다면 국민의 법감정은 불신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사법부가 오랜 심리과정을 거쳐 유죄결정을 내렸는데 정치적 이유로 사면을 한다면 법에 대한 경시풍조를 불러일으킬 뿐만아니라 사법부의 존엄성을 크게 훼손시킬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참여연대와 대구경실련, 대구흥사단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김현철씨의 편법사면은 국민을 무시한 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진 만큼 김대중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의심케하는 중대사안"이라며 "즉각 편법사면을 철회하고 김현철씨를 재수감하라"고 요구했다.

이와관련, 대구참여연대는 13일 오후 국민회의 대구시지부앞에서 규탄집회를 개최하고 다른 지역시민단체와 연대해 '현철씨 사면철회 서명운동'을 포함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네티즌 '꽃집아이'와 한 고교 2년생은 "현철씨가 사면되는 날 이민가고 싶다"며 정부의 결정을 규탄하고 있는 것을 비롯, 인터넷.PC통신 등에 대통령의 독단적인 사면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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