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켜야 합니다. 중국속에 뭍힌 우리의 역사와 민족의 얼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후손들이 이땅에서 떳떳하게 주인답게 살 것입니다"
용정 항일역사연구회 최근갑 회장(73)은 연변지역에서 '비석 아바이'로 통한다. 항일민족운동의 유적지를 발굴·복원하고 그자리에 세운 기념비만도 9기에 이르기 때문이 다. 북간도 이주 3세대인 최회장은 90년 4월 연변의 뜻있는 동지들과 더불어 항일역사연구회를 발족시키고 3·13 항일의사릉 복원을 위한 3·13 기념사업회 결성을 주도한 장본인.
"목비석 하나를 화강암 비석으로 바꾸는 데도 무려 1년이 걸렸습니다. '경제 건설이나 할 것이지 왜 쓸데 없는 일을 벌이느냐'는 중국 공산당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지요"
그는 중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변자치주 당서기를 찾아 우리 민족사 재조명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며 논쟁까지 벌인 못말리는 '조선족 영감님'이다.
최회장의 선대 고향은 함경북도 성진군(현 김책시) 학서면. 조부모 때 북간도로 이주해 왔다. 최회장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기도 하다. 그의 부친이 독립군의 통신연락책으로 활동하다 화룡현 장인강에서 체포돼 청진형무소를 거쳐 서대문형무소에서 4년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래서 최회장의 민족의식은 남다른지도 모른다.
길림성 화룡현에서 태어나 화룡현 소학교와 용정 은진중학교 토목과를 졸업한 그는 46년 중국 공산당이 설립한 민주학원을 수료하고 화룡현 정부 건설과에서 오랫동안 일(공작)을 했다.
교통국장·건설국장으로 재임하면서 건설행정 지도를 해오던 최회장은 86년 12월 용정시 건설위원회 주임(부시장급)으로 은퇴하면서 용정에 정착했는데, 그의 민족사 복원활동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3·13 반일의사릉을 복원해 묘역을 단장하고 기념비를 세웠으며 15만원 탈취사건 현장과 서전서숙·명동학교 등 역사적인 현장마다 기념비를 세웠다.
최회장은 이달말경 25만자에 이르는 3·13 80주년 기념 문헌집 1천여권을 출간, 국내 외에 보낼 예정이다. 오는 10~11월 경에는 한어(중국어)와 외국어로도 출판을 해서 중국역사에서 우리 민족의 입지를 좀더 강화했으면 하는 욕심이다. 그러나 의욕에 비해 자금이 절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최회장은 한국에서는 용정의 역사를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 한다. "중국에서 땅을 내고 한국에서 자금을 댄다면 용정을 항일독립운동의 성역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북간도 용정을 개척하고 지키기 위해 가장 많은 피를 흘렸고 지금도 가장 많은 동포들이 살고 있지만,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에 안주해 살아야 하는 울분을 토로하는 최회 장은 고국 동포들이 용정을 잊지 말것을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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