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부속실 여직원들 도시락 먹으라"

입력 1999-08-11 15:10:00

관공서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한 전문털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자 지역 관공서가 '사무실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관공서가 범죄 취약지구로 전락할 경우 각종 정보의 유출은 물론 시민에 대한 신뢰도마저 크게 떨어져 행정수행에 악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경찰에 따르면 관공서 절도범 박철우(29)씨는 지난 6월 중순 낮 12시10분쯤 대구시청 3층 모국장 부속실에 침입, 여직원이 없는 틈을 타 열쇠를 빼내 국장 사무실에 들어간 뒤 책상서랍에 있던 현금 40만원을 훔쳤다는 것. 시청 고위간부의 사무실이 이처럼 외부에 쉽게 노출되자 '범죄 불감증' 관공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각 경찰서는 10일 직원들에게 사무실 도난방지와 보안유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하는 등 사무실 단속에 나섰다.

사실 시내 각 구청과 경찰서 일부 부서는 점심시간에 사무실 문을 잠그지 않은 채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허다해 도난이나 서류탈취 등에 거의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구시청은 이날 각 국장 부속실 여직원들에게 가급적 점심시간에 부속실에서 도시락을 먹도록 권유하고 자리를 비울 때는 반드시 잠검장치를 확인한 뒤 열쇠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

또 각 구·군청도 부청장실 및 국장 부속실 직원들에게 사무실 단속에 특별히 신경을 기울이도록 하는 한편 간부 휴가 시에는 총무과에서 열쇠 관리를 하도록 했다.

대구지방경찰청도 각 경찰서에 박씨의 관공서 사무실 절도사례를 상세히 알리고 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도난사건이 추가로 발생했는지 여부를 파악토록 하는 한편 경찰서별로 보안유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이 사건을 두고 일부에서는 "고위 공무원들이 사무실에 수십, 수백만원의 현금이나 수표를 보관할 이유가 있느냐"며 피해를 당한 고위직 간부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金炳九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