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바기의 '항암사투'

입력 1999-08-11 14:22:00

"눈망울 초롱초롱한 병욱이를 살려주세요"

3년간의 병 수발로 지칠대로 지친 박정향(32.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씨는 남편 잃은 슬픔보다는 오로지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지난 96년 감기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 임파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3년째 영남대의료원에서 입.퇴원을 번갈아 하며 항암치료를 받고있는 이병욱(5)군. 그토록 애타게 아빠를 찾다가는 이제 기력을 잃었는지 말문을 닫아버려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병욱이는 아버지(37)가 지난 4월 자신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친구집 등을 전전하던중 뇌출혈로 쓰러져 끝내 세상을 뜬 사실을 모른다.

어머니 박씨도 그 사실을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박씨에게는 더 큰 걱정거리가 있다. 손바닥만한 사글세방에 딸(7)을 남겨둔채 아들의 병실을 지켜야 하는 처지로 엄청난 액수의 치료비를 구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병욱이를 혼자 병실에 두고 돈벌이에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들을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늘 남편이 아이 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을 살리려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으니 병욱이는 곧 활짝 웃으며 일어날 것입니다"며 박씨는 말꼬리를 흐렸다.

黃載盛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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