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자회담-北.美회담 이중잣대

입력 1999-08-11 14:51:00

스위스 제네바에서 5일부터 9일까지 열린 한반도 4자회담과 이를 전후해 있었던 북.미 접촉에서 북한이 회담에 임하는 태도는 여러가지를 시사해 주었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가 관련국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 기간중 북.미 회담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4자회담에 대해서는 '무용론'까지 들고 나오며 철저히 무시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3일과 4일 그리고 9일 4자회담 폐막후 가진 3차례 북.미 접촉에서 미국은 북한에 모종의 제안을 했으며 북한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측이 제시한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북한측의 반응을 미국측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함에 따라 북한측은 4자회담과는 달리 미국과의 협상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북한측의 긍정적인 반응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최대한 늦추기위해 미국이 추진하려는 양자간 미사일 회담 일정 조정에 관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 회담 관계자가 미국이 1차 접촉에서 모종의 제안을 내 놓았고 2차 접촉에서 부연 설명을 했으며 3차 접촉에서는 북한이 이에대한 반응을 보였고 이를 미국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한 것을 보면 구체적이고 실절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북한측 김계관(金桂寬) 수석대표가 미사일 수출문제를 '외화벌이'와 연계시키는 등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과 관련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4자회담의 경우 북한은 여러차례 불만을 표시하고 이 회담에서 철수하겠다는 위협까지 했다.

북한 김 수석대표는 4자회담 마지막 날인 9일 회담장에 들어서며 기자들에게 "4자회담이 현 상태로 계속될 경우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막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4자회담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미국의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주한미군철수, 북미평화협정체결을 논의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7차 본회담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이번 회담이 끝난 것도 북한측이 "현재로서는 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고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건우(朴健雨) 한국측 수석대표는 차기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과 관련, "각국별 편리한 날짜가 4자회담 자체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회담 날짜와 의제를 결부시킨 나라도 있었다. 그러나 각측이 회담의 정례적 실시의 중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차기 회담 거부 위협에 대해서도 "회담에서는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다. 북한도 4자회담의 정례화 및 조속한 시일내 차기 일정 개최에 찬성했다"고 오히려 북한측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제네바에서 동시에 열린 두가지 회담에서 북한은 '차별화'를 시도했으며 이같은 태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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