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보훈심사'

입력 1999-08-09 00:00:00

"선천성 정신질환이라니요. 청춘을 나라에 바쳤다는 작은 보람이라도 지니고 여생을 보내고 싶을 따름입니다"

지난해 초부터 보훈 기관에 수차례에 걸쳐 '전공상 명예제대 신청'을 냈던 이상하(70)씨는 최근 '입대 전부터 선천성 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에 국가유공자 대상이 아니다'는 답변을 받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40여년전 치열한 전장을 떠올리는 이씨는 지난 51년 5월초 강원도 인제 휴전선 부근에서 자신이 속한 부대와 인민.중공 연합군과 조우, 격전을 치르던 중 부대원들이 대부분 전사하는 참담함을 되뇌었다. 당시 이씨는 살아남은 동료 몇명과 산중을 헤매며 포위망을 뚫을 기회를 노렸으나 얼마 못가 은신처인 갈대밭에서 인민군 병사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53년 8월 남북간 포로교환으로 생환한 이씨는 만성적인 두통과 불면증, 신경증 등에 시달리게돼 다시 1년간 수도육군병원 신경정신과 등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다가 의병제대했다. 이씨는 제대한 뒤 30여년 간을 초등학교 교사로 지냈으나 지금까지 투약과 통원치료를 계속하며 기나긴 투병생활을 해왔다.

이씨는 최근 북에 수십년 간 억류됐던 국군포로들이 탈북해 귀대보고를 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명예를 회복해야겠다고 결심, 국가보훈처, 대구지방보훈청, 육군본부 등에 명예제대 및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이씨의 재심 청구는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최종 기각됐다.

결국 이씨는 대구지방보훈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고 자신이 선천성 정신질환자가 아니었다는 증거자료로 지난 46년 농림학교 재학시 성적표(61명중 4등)와 49년 초등교원 채용시험 합격증 등을 제출키로 했다.

이씨는 "국가를 위해 싸우다 입은 상흔을 의학적 증거자료도 없이 선천성 정신질환으로 매도할 수 있느냐"며 "생의 마지막 소원은 명예회복"이라고 말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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