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가 바라본 새백년 새천년-(5)

입력 1999-08-06 14:04:00

'성격 나쁜 여자는 참아도 뚱뚱한 여자는 못 참는다' '무능한 남자는 참아도 배 나온 남자는 못 참는다'

몸이 인격을 말하는 시대. 동서양을 막론하고 '뚱보'에 대한 혐오는 더이상 우스갯소리로 넘겨버릴 수 없는 공통 현상으로 전세계인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있다.

세계적인 모델 클라우디아 시퍼의 몸매만큼이나 깡마른 몸을 하고도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에 걸리는가 하면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는 '살과의 전쟁'은 과연 다음 세기에 끝이 날 것인가.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 앞에서 칼로리 걱정 없이 마음껏 먹고도 군살 하나 없는 미끈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신세계, 전문가들은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비만을 초래하는 유전자 규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새 세기에는 효과적인 비만 치료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 대사율을 높여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는 약, 음식을 먹어도 탄수화물 지방의 흡수를 차단하는 식품 등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다양한 비만 방지책들이 연구, 개발되고 있다.

지난 94년 미국 록펠러대학에서 발견한 비만 억제 호르몬 렙틴은 비만 퇴치의 미래를 예고한 대표적인 사례. 이 놀라운 호르몬은 뚱뚱한 쥐는 날씬하게, 정상적인 쥐는 식욕 부진증에 걸리게 만들어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쥐와 달리 뚱뚱할수록 렙틴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렙틴의 발견은 지방질이 최후를 맞게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 제약회사인 암젠사는 이 렙틴을 2천만달러(270억원 상당)에 사들여 비만치료제 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건국대 동물자원연구센터는 렙틴을 체내에서 대량 생성하는 모델 생쥐를 개발, 비만 치료요법과 치료약 개발에 한발짝 다가서게 했다.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가짜 지방 올레스트라는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사용·판매 승인을 얻은 음식물 첨가제. 지방의 고소한 맛과 향을 지니면서도 위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칼로리 걱정이 없다고 한다. 유달리 비만 환자가 많은 미국에서는 칼로리가 적으면서 지방의 맛을 내는 다양한 대체식품들이 시판되고 있다.

영남대 의대 가정의학과 이근미 교수는 "지방 관련 유전자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치료단계는 아니며 비만은 유전적·환경적·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로선 적게 먹고 운동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래에는 체중을 쉽게 조절하는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며 "두고봐야 알겠지만 비만 유전자 치료가 열쇠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구촌 어디서나 늘씬한 몸매의 선남선녀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21세기, '뚱보'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든 별난 세상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황금의 다이어트산업이 쇠락의 길로 빠지는 것은 물론 평범한 '날씬함'보다는 희귀한 '뚱뚱함'이 오히려 돋보이는 역전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뚱보'가 많은 세상에서 날씬한 몸매가 거의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오늘을 투영해 볼 때 말이다./金英修기자

---식생활 변화형태

육류 과다 섭취가 문제시되고 다이어트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지난 100년간 식생활 변화는 어떠했을까.

'한국인의 식생활 100년 평가Ⅰ, Ⅱ'(신광출판사)에 따르면 100년전 우리나라 서민들의 밥상은 곡류, 채소 등 식물성 식품이 무려 98%에 이르렀다. 그것도 하루 두끼에 불과했고 고기는 제사 때나 구경할 수 있었다.

구한말에서 일제시대에 이르는 근 50년은 쌀을 전혀 섞지 않고 잡곡만 주식으로 하는 경우가 27. 5%, 동물성 단백질을 전혀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30%에 달했다. 동물성 식품으로 섭취한 것은 소고기가 49%였고 마른 명태와 멸치, 그리고 새우젓, 조개젓 등 젓갈류가 많았다. 특이한 것은 동물성 식품 섭취가 적으면서도 돼지고기, 닭고기를 먹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는 점이다.

식생활이 가장 극적으로 변한 것은 60년대 이후. 미국의 잉여농산물이 들어오면서 빵, 국수 등 밀가루 식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 식품'으로 꼽히는 라면이 등장해 큰 호응을 얻은 것도 이즈음. 80년대 이후 하루 영양의 30% 이상을 동물성 식품에서 얻기 시작하고 성인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미인형 변화상

미인형은 시대에 따라 늘 변하기 마련. 요즘 신세대에겐 '롱다리'가 미의 기준으로 통하지만 예로부터 유교 전통의 우리나라에서는 '참외와 여자는 작아야 제맛'이라며 체격이 자그마한 여성을 아름답게 생각했다. 그러나 서구화가 진전되면서 키 크고 가냘픈 체격이 아름다운 것으로 미의 기준이 변한 상태.

당대 미인형을 반영하는 영화속 여배우들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50, 60년대 복스러운 얼굴의 최은희가 동양적인 미인상을 자랑했다면 노경희는 풍만한 맏며느리감 스타일. 60년대 들어서면서 김혜정 등 가슴이 풍만하고 허리가 잘록한 육체파 배우가 등장했고, 70년대 초반 문희 남정임 윤정희 '트로이카' 같은 서구적 기준의 미인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70년대 이후 성형수술이 성행하면서 이들 영화배우들을 본떠 쌍꺼풀, 코 수술 등을 하는 여성들도 늘어났고, 최근 들어서는 외국 모델 등을 흉내낸 유방확대, 지방제거 수술 등을 받는 여성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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