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학생들에게 곧잘 이야기하는 충고 한가지가 있다.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보는 관점에 따라 사회문제의 해법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사회문제는 이것이 맞다 혹은 틀리다라는 식의 흑백논리로서 접근해서는 결코 아니되며, '이런 면에서는 맞을 수도 있으나 저런 면에선 틀릴 수도 있다'는 정도의 문제로 인식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충고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본질적 존재인 사람도 항상 착하거나 항상 악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착한 일면을 지니기도 하고 때론 악한 면을 보이는 이중성을 지닌다. 사람이 모순된 행동을 하며, 미완의 존재로 비춰지는 까닭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행동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사람들이며, 특정부문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하기도 하고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상당히 피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이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사회가 지니는 장점 중 하나는 지나간 과거사에 대하여 남의 잘못을 관용과 용서로서 포용한다는 점이다. 지나간 일의 이중성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평가 대신에 오히려 올바름만을 기억하고 치켜세우려는 자애로운 마음이다. 정말 우리사회만이 지니고 있는 미덕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덕이 우리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미덕으로 인하여 일제치하에서 같은 동포를 착취한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건재하고 있으며, 과거의 수없이 잘못된 처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훌륭한 정치적 지도자로 남아 있는 정치인들도 많고, 그 잘잘못은 시비를 가리지 못한 채 칭송만 받는 이미 고인이 된 정치인들도 상당하다.
사회란 언제나 이중성을 지니고 있기에 어느 누구든지 혹은 어떤 정치인이든지 잘한 일만을 칭찬하며 떠받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소시민들과 정치인들에게 가해지는 잣대는 달랐으면 한다. 정치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너무나도 엄청난 사회적 파급효과를 지니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이라고 해서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사회적 윤리관이라고 해서, 혹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서 허물은 덮어두고 칭찬만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의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렸으면 한다.
영남대 교수·매체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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