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는 없어도 되지만 풍자나 해학이 없으면 회원이 될 수 없는 모임이 있다. 수심회(水心會.회장 홍용호.59). 2일 오후 2시쯤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 인근 한 레스토랑.
중년의 남자 8명이 색소폰, 플루트 등이 든 악기가방을 하나씩 들고 레스토랑에 잇따라 도착했다. 낮 시간을 이용해 악기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먹고 사는 일에 쫓겨 뒤 돌아볼 여유도 없다는 한국의 중년남자. 그러나 수심회 회원들은 소년처럼 '꿈'을 키워가고 있다. 멋지게 악기를 한 번 연주해 보고 싶은 사람들로 구성된 이 모임이 결성된 것은 지난 5월. 아직 3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길게는 십수년 전부터 짧게는 몇개월전부터 친분을 나눴던 사이. 다운비트재즈단장인 김상직(58), 대구예술대 강사 김일수(44), 대구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 김종웅(44)씨 등 3명은 전문 음악인. 식당업을 하는 홍용호, 국회보좌관회부회장 차귀현(50), 건설업을 하는 전영대(48), 김희동(45)씨, 기(氣)수련을 하는 변국환(44)씨 등은 악기연주에는 초보. 회원들은 직업과 연령이 제 각각이지만 서로 연주법을 가르치고 배우면서 친구처럼 지낸다. 차귀현씨는 25년 전인 학창시절 색소폰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연주법을 배우지 못하다 이제서야 악기를 손에 쥐게 됐다.
수심회의 정기모임은 매월 첫째 월요일. 그러나 거의 매일 만난다. 특히 홍씨는 밤 10시쯤이면 아내에게 식당일을 맡긴 뒤 곧장 레스토랑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통이다. 약속을 한 것도 아니지만 매일 2~3명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밤늦은 시간에 레스토랑에 모이는 만큼 모임에 술이 빠지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풍경은 마치 10대들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어깨를 제끼며 거침없이 웃고 우스꽝스런 몸짓까지 곁들이며....
우스개소리에서 자녀교육, 집안 일 등 진지한 주제에 이르기까지 대화내용도 다양하다. 그러나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직장이나 사업문제, 정치문제 등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것은 금기사항.
자주 술을 마시지만 술을 마신뒤 술주정을 하는 사람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을 만큼 회칙은 엄하다. 술을 '한방울'도 못마시는 변씨는 항상 술자리 정리를 도맡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늘 불만(?)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낚시나 산행을 떠나기도 한다. 악기연주에 초보인 회원들이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되면 이들은 근사하게 발표회도 가질 예정이다. 개별적으로 1~2개의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멀지 않아 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이웃들의 힘든 삶을 위로해 주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한다.
수심회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도록 개방돼 있지만 모든 회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다. 그만큼 화목과 결속력을 중요시하기 때문.회장 홍용호씨는 "같은 취미와 성향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함께 연주하고 얘기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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