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는 비밀을 푸는 열쇠다. 따라서 암호를 푸는 과정은 마치 미스터리소설마냥 추리의 연속이다. 신분확인 방법이 '얼굴'에서 비밀번호와 같은 '암호'로 바뀌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암호는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로 정교하고 복잡난해한 오늘날 암호체계는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래사회는 모든 것이 암호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테마역사문화연구원장인 박영수씨의 '역사속에 숨겨진 암호이야기'(프리미엄북스 펴냄)에는 인류사 초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암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암호의 유래와 역사, 원리와 해독 과정, 암호와 관련된 역사적인 일화·비화 등을 다뤄 암호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암호의 시초는 고대 이집트 나일강변 미네 쿠프란 마을의 상형문자다. 4천여년전 한 문필가가 왕의 전기를 적기 위해 석판에 상형문자를 남겼다. 그는 문장에 위엄과 권위를 주기 위해 상형문자속에 암호의 한 방법인 환자(換字)를 사용했는데 결과적으로 내용을 은폐한 것이기에 암호의 시초로 평가된다.
로제타 스톤과 이집트문자, 수메르어와 쐐기문자, 페니키아문자와 알파벳, 마야 상형문자 등 고대 문자는 오늘날 일종의 암호처럼 해독이 어렵다. 인도의 성전(性典) '카마수트라'나 헤로도토스의 '역사'에도 암호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최초의 암호장치는 기원전 400년경 고대 그리스 군사령관사이의 비밀통신에 사용된 '스키테일'이다. 송곳처럼 끝이 가는 막대기에 통신문을 적은 양피지를 나선형으로 감은 장치다. 그냥 양피지를 펴면 이해할 수 없는 글자가 나타나지만 똑같은 모양의 막대기에 둘둘 감으면 원래의 통신문이 나타나 읽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암호문화가 있었고 지금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 비처왕때 '射琴匣(거문고 갑을 쏴라)'는 암호에서부터 고려가요 '정읍사'에 숨겨진 암호,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암호, 궁녀들의 암호 등이 그렇다. 또 남사당패의 은어나 요즘 청소년들의 은어도 무리의 바깥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암호다.
암호가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는 전쟁이나 첩보활동에서다. 난수표와 같은 암호해독 여부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2차대전당시 미드웨이 해전.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한 미해군이 비밀이 노출된 줄도 모른채 미드웨이섬을 공격해오던 막강 일본함대를 미드웨이 해상에서 괴멸시킨 것이다. 이밖에 노르망디 상륙작전때 활용된 낱말퀴즈(퍼즐)나 원폭투하작전 등에도 암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徐琮澈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