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물난리 이모저모

입력 1999-08-03 14:38:00

◎…폭우로 불어난 물에 하수구가 역류, 마을의 일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중랑천 주변 서울 노원구 노원마을 주민들은 밤늦게부터 빗줄기가 굵어지자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불안에 떨면서 2일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

서울 수락초등학교에 수용된 180여명의 노원마을 주민들은 스티로폼을 교실바닥에 깔고 지친 몸을 뉘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물난리를 겪어야 하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또 일부 주민은 복도와 현관에 삼삼오오 모여 폭우에 따른 중랑천 범람 가능성에 대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으며 몇몇 주민들은 이번 물난리가 당국의 무성의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수근(48)씨는 "이제 물난리는 노원마을 사람이라면 해마다 치러야하는 연중행사가 돼버렸다"면서 "당국이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지 않아 힘없는 서민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노원구 상계동과 도봉구 창동을 잇는 창동교에는 이날 밤 늦게까지 100여명의 주민이 가족과 함께 나와 시시각각 요동치는 수위를 확인하면서 비가 그치기를 간절히 염원하기도 했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사무소 직원과 인근 늘노리주민 220여명이 지난달 31일 이후 3일째 외부와 완전 차단된 채 식수 및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파평면사무소 복지담당 직원 신동주(39), 서성복(27)씨 등 2명이 2일 오전 파평산 줄기를 타고 고립된 마을을 빠져나와 시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신씨에 따르면 면사무소 지역에는 70여가구 200여명의 주민과 직원 12명이 남아 있으며 주민중 침수피해를 입은 50여명은 파평중학교에 대피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재민들은 정전에다 모포도 없어 밤새 추위에 떨었고 침수피해를 입지 않은 주민들로부터 구한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또 파평 소방지서 소방차에 실려 있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마저 곧 바닥이 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 곳은 국도 37호선 두포삼거리와 금파삼거리가 물에 잠겨 사람은 물론 차량통행이 불가능한데다 통신마저 두절된 지역이다.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는 강원도 철원지역에서 3일째 고립되고 있는 마을에 생활필수품과 가축사료를 전혀 투입할 수 없어 주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주민 800여가구 2천346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철원군 근남면 서면 자등리 6개마을은 현재 접근도로와 교량이 침수되거나 부서져 피해상황조차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어 철원군에서 가장 애를 태우고 있는 곳.

그러나 자등리는 서면 와수리 쪽에서 진입하는 47번 국도 가운데 송동교가 부서지고 포천쪽에서 들어오는 이동면 도평3리 도평교까지 끊어져 육로를 이용한 수송은 불가능한 상태다.

또 전화까지 불통돼 상황을 알 수 없으며 전기도 모두 끊겨 버려 그야말로 주민들이 고립무원의 산골에서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96년 여름 수해에 이어 올해도 3일째 고립되고 있는 강원도 철원군 서면 자등리 6개 마을 800가구 2천346명에 대한 생활필수품 공급이 2일 오후 3시45분께 군헬기를 이용해 전격 실시됐다.

육군 6군단측은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고립지역에 구호품을 공수해 주겠다고 제의, 수송헬기(UH-1H) 1대로 서면 자등3리 서면초등학교 운동장에 물품을 내려줬다.

이날 공수된 생활필수품은 생수를 제외한 라면, 가스레인지, 랜턴, 응급복구용마대 3천500장 등이다.

6군단측은 오는 3일에도 헬기를 지원, 구호품을 공수할 방침이다.

◎…"우리 아기에게 먹일 분유가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260여가구 800여명이 살고 있는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지난 31일 임진강 범람으로 외부와 고립된 이 마을 한 주민이 지난 1일 119소방구급대에 떨리는 목소리로 아기에게 먹일 분유가 없다며 긴급지원을 요청하는 신고를 해왔다.

신고를 접한 119소방대원들이 분유 등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고무보트를 타고 현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불어난 물과 이 마을로 통하는 322번 지방도로 곳곳이 끊어져 되돌아와야만 했다.

현재 고립된 갓난 아기 13명 중 6명이 이 마을의 아기들이며, 나머지는 휴가를 맞아 할아버지, 할머니 등 친척집을 찾아온 아기들이다.

분유 등 생필품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헬기 동원도 기상악화로 어렵게 되자 갓난 아기들의 부모들은 배가 고파도 말못하는 아기를 바라보며 하루 빨리 구호품이 도착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장남면사무소 오재인(43) 산업계장은 "아기들에게 먹일 것이 없어 끓인 쌀물 등을 먹일 만큼 상황이 시급하다"며 "다른 어떤 생필품 보다 분유가 절실하다"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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