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얼핏 이해하기 힘든 말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내면적 모순의 원인과 결과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표현이다.
무분별한 세계화에서 비롯된 IMF행, 그리고 고금리와 대기업 구조조정을 앞세운 IMF 처방의 맹목적 이행. 그 결과 외환보유고는 날로 늘어가고 경기를 반영하는 주가지수는 1천 포인트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IMF직후 부유층은 고금리 정책 덕분에 재산불리기에 성공했고, 서민층은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 실업자로 전락, 거리에 나앉았다. IMF 이후 1년8개월. 부유층은 늘어난 재산을 주식에 투자해 '지금만 같아라'며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서민층은 정부의 쥐어짜기식 세수확보와 줄기차게 올라가는 공공요금 속에 상대적 박탈감을 맛보고 있다. 특히 부도와 실업으로 몰락 위기를 맞은 중산층은 새로운 사회불안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87년 대기업에 입사한 뒤 5년만에 과장이 되는 등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려온 도모(40)씨는 전형적인 IMF이후 몰락 중산층이다. 지난해 명예퇴직으로 회사에서 밀려나 1년여간 실업자 신세로 있다가 최근 한 공공기관에 계약직으로 들어갔다. 대기업에 근무할 당시 연봉 4천500만원에 이르던 그는 현재 월 120만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중산층이 어디 있습니까. 부유층과 서민층 뿐입니다"
학계는 '2개의 국민론' '20대 80의 사회론' '모래시계형 사회론' 등의 이론을 들고나와 빈부격차가 몰고올 사회적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계층간 양극화는 20세기초 파시즘이나 현재 유럽의 신우파처럼 자칫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또 필리핀, 아르헨티나 등이 빈부격차 탓에 선진국 문앞에서 주저앉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수준 상위 20% 계층의 전국민 소득 점유율은 97년 37.2%에서 39.8%로 늘어난 반면 하위 20%의 소득 점유율은 8.3%에서 7.4%로 떨어졌다. 올들어 이같은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1/4분기 중 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대비 2% 줄었으나 상위 20%는 오히려 4% 늘었다. 소득분배 불평등 상황을 보여주는 지니계수(완전평등시 0, 완전불평등시 1)도 90년대 0.28이던 것이 1/4분기 0.34로 치솟았다.
최근 발표된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는 '지난 60년 세계 인구중 소득수준 상위 20%가 보유한 재산은 하위 20%의 30배였으나 현재는 74배 이른다'고 밝혔다. 세계화는 국가내 계층간 격차 뿐 아니라 국가간 부의 편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언어학자이자 사회비판가로 유명한 노엄 촘스키(미국 메사추세츠공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에서 이같은 문제를 야기한 근원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해 냉철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보편적 이익으로 포장한 소수 특권층의 이권보장책'이며 '거대자본을 위한 부자들의 사회주의에 봉사하는 정책'이라고 정의내린다. 특히 미국은 국내외에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 세계 경제를 멋대로 주무르며 자국 이익만 극대화하는 제국주의적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구라운드 한국위원회는 "IMF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따른 사회개혁 속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경제를 방어하고 양극화로 해체되고 있는 사회공동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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