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걸핏하면 세풍인가

입력 1999-07-31 14:30:00

지난해 9월에 터진 소위 세풍은 어떤 돌출 사건이 터져 여권이 곤경에 처할때나 필요한 국면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정치구원부대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되면 세풍은 정치개혁을 위한 공명정대한 부정척결인지 아니면 여권의 위기모면용 정치적 도구에 불과한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세풍조사를 국민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인 돈정치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은 김대중대통령의 선거자금도 같이 수사하여 그야말로 돈선거에 관한한 새로운 정치문화를 이루어주기를 기대했다. 여든 야든 있는대로 밝혀 이나라에 정말 깨끗한 정치가 이뤄지는 토대를 마련해 주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러한 도덕적 부담때문인지 여권은 언제나 세풍을 정치개혁이라는 정도로 나가기보다는 위기타개 등 정국전환용이나 정계개편 등 필요시 이를 터뜨리는 정치수단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이번에도 경기은행로비사건이나 파업유도 사건 임창열경기지사부부뇌물사건등 여권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는 사건이 이어지자 이상하게도 세풍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이상한 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솔직한 국민들의 심정이다. 게다가 이번에 세풍자금 20억원 유용설이 나오자 즉각 야당에서는 정계개편을 노린 야당파괴공작이라거나 국면전환용이라고 반격에 나서나 하면 여당은 "좌시할 수 없는 범죄이자 도덕적 파탄"이라는 원론적 주장외 "그 돈으로 호화사치품을 샀다. 그러므로 국민회의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이상한 자기과시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은 설(說)정치의 반복일 뿐이다.

특히 이번 세풍문제는 얼마전 이회창한나라당총재가 "만일 나와 우리당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정치를 그만두고 당을 떠나겠다"고 한 말이 있어 사태의 진전에 따라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여권이 이말을 상기 시키면서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것은 이러한 세풍의 정치게임화가 아니고 진정한 정치풍토 쇄신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 그런 점에서 세풍을 넘어서 여야 대선자금을 모두 수사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검제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떻든 아무 생산적 결과가 없는 세풍정국을 무한정 끌고 가고 있는 것에는 지루함을 느끼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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