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용 돈을 정치자금 이라니…

입력 1999-07-30 15:34:00

경기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서이석(徐利錫) 전행장이 조성한 로비자금중 2천만원을 받은 최기선(崔箕善) 인천시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적용, 불구속 입건한 검찰의 조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9일 성명서 등을 통해 "서 전 행장이 로비자금중 일부를 떼어 최 시장에게 영수증도 없이 제공한 돈이 어떻게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서 전 행장이 은행퇴출 저지를 위한 로비를 해달라고 청탁하며 최시장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더라도 시금고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사례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줬다면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최 시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적용, 법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정치자금'을 수령하지 않은 점만을 문제삼았다면 이는 명백히 '봐주기식 수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정치자금법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1천만∼5천만원 사이의 뇌물만 받아도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특가법상 뇌물죄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

또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 부부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알선수재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벌로 정해져 있어 정치자금법의 처벌조항에 비해 다소 무겁다.

때문에 임지사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서 전 행장으로부터 받은 돈이 로비자금이아니라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양형관계가 고려됐던 것으로 볼 수 있다재야법조계의 한 관계자는"시금고를 맡고 있는 경기은행의 서 전 행장이 최시장에게 건넨 돈은 넓은 의미의 대가성 사례금"이라며 "따라서 검찰이 최시장에게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수도권의 광역단체장 2명을 한꺼번에 구속시킬 수는 없다는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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