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경구고 한켠에 마련된 별관에는 금발머리에 파란눈의 러시아 학생들이 연일 무더위와 씨름하며 낯선 우리말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하바로프스크와 사할린에서 온 한국인 3세와 러시아 사범대 한국어과 학생으로 구성된 40명의 한국어 연수단은 방학으로 텅빈 교정에서 하루에 꼬박 8시간씩 특별 과외수업을 받고있다.
러시아 한인교포 3세들이 구미에 와서 우리말 배우기를 시작한것은 5년전부터.
동북아 청소년협의회(이사장 김성조도의원)의 주선으로 이들을 초청한 경구고 이낭우(66) 교장은 이들을 위해 학교 별관을 전용교육관으로 제공한데 이어 사비를 들여 교실과 침실, 휴게실, 식당 등 완벽한 연수시설을 마련했다.
이교장은 매년 여름 한인교포 3세들이 도착하면 제일 먼저 김 세르게이는 김세걸, 손크세니아는 손선영등 러시아 이름을 토대로 발음이 비슷한 아름다운 한국이름을 지어주곤 했다.
처음엔 러시아에서 처럼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으로 예의없이 생활하다가 이교장의 불호령을 받기도하는 이들은 50여일의 연수가 끝나고 돌아갈때쯤엔 예의바른 신사, 숙녀의 모습으로 변해 모국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품고 돌아간다.
북한에서 탈출, 사할린에서도 벽지인 고로나이스크시에 숨어살았던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7시간이나 기차를 타고와 겨우 비행기를 타고왔다는 기 나타샤(16)양은 "할아버지 나라인 한국이 보고 싶었다"며 경주, 안동 하회마을, 우방랜드를 돌아보고 "할아버지 나라가 이렇게 아름답고 발전해 놀랍기만 하다"며 소감을 밝혔다.이낭우 교장은 "매년 연수단이 들어올때마다 한국말과 글을 배우는것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이들이 러시아에 돌아가서도 모국에 대해 따스한 감정을 지속하도록 한국인의 사랑을 심어주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구미.李弘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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