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법무 검찰 출두서 귀가까지

입력 1999-07-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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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수로서 2년 가까이 검찰조직을 호령하던 김태정(金泰政) 전법무장관이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사건과 관련, 27일 서울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거물급 인사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지난 92년 대선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김기춘(金淇春) 전법무장관에 이어 두번째.

감색 양복에 흰 셔츠 차림의 김 전장관은 이날 오후 3시2분께 서울 51거 6688호 검은색 브로엄 승용차를 타고 청사내 민원인 주차장에 도착, 대기중이던 수사관 2명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지하1층 민원실로 향했다.

수사팀은 출두 예정시간 15분전인 오후 2시45분께 여직원을 시켜 김전장관의 출입신청서를 미리 작성했으며 일반 민원인들과는 달리 신분증을 받지 않고 출입증을 교부토록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장관이 한번도 민원인 자격으로 검찰청사를 출입해 보지않아 출입절차를 제대로 모를 것 같은 데다 전직 검찰총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차원에서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30년간의 검사생활중 특수 1, 3부장과 2차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던 서울지검에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려온 김 전장관은 보도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부하의 설화에 휘말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려는 듯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파업유도 보고를 받았느냐", "지금 심정이 어떠냐"는 보도진의 잇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전장관은 이어 청사현관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서서 잠시 포즈를 취한 뒤 "나중에 얘기합시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간부용 엘리베이터를 이용, 10층의 이훈규(李勳圭) 특별수사본부장실로 직행했다.

검찰총장 재직시절 중수부 과장으로 데리고 있던 이 본부장이 직접 조사를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와줘서 고맙습니다. 제대로 영접을 못해 죄송합니다"

이 본부장이 커피 대접을 하며 말문을 열자 김 전장관은 머쓱한 표정으로 "선배들 때문에 고생이 많구먼"이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운명을 뒤바꿔 놓은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에게 섭섭한 마음을 표시할 수도 있을 터인데 오히려 후배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데 대한 안타까운 심정과 함께 진 전부장에 대한 연민의 정을 털어놨다고 이 본부장은 전했다.

그는 이 본부장과 30분 남짓 인사말을 나눈뒤 진 전부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1143호실 반대편의 1105호 조사실로 자리를 옮겨 파업유도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에 관해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다.

김전장관은 "진전부장으로부터 조폐공사 파업에 관한 보고를 받은 기억이 난다"면서 "지방에 있는 기업까지 신경쓰는 것을 보고 '열심히 일하는구나'하고만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4시간 가량 계속된 1차 조사가 끝난 오후 7시50분께 수사팀이 주문해 준 초밥으로 저녁을 해결한 김 전장관은 오후 9시께부터 3시간동안 보강조사를 받은 뒤 자정께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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