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봉사정신

입력 1999-07-27 14:05:00

영국 속담에 '한 사람이 못을 박으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 못에 모자를 건다'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의 조그만한 봉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혜택을 준다는 말이다. 다른 동물들도 자손에게 아낌없이 희생함으로써 개체의 보존을 꾀하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본능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할 수 있는 큰 차이는 타인에 대한 봉사정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의료기관 역시 그 존재이유는 봉사에서 찾는다. 내적으로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진료를 통한 봉사활동을 들 수 있고, 외적으로는 지역주민의 복된 삶을 위한 봉사활동을 들 수 있다.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간호사는 나이팅게일 선서로,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봉사자들이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의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슈바이처박사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것은 그분의 의료기술이 가장 훌륭해서가 아니라, 인류를 위한 숭고한 봉사정신이 그분의 마음속에 있었고 이를 기꺼이 사회에 실천했기 때문일 것이다.

1992년 4월말 미국 LA에서 일어난 흑인폭동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유색인종차별로 인한 흑인들의 분노가 폭동으로 이어졌는데, 주공격 대상은 한인상가였다.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것은 한인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정신의 결여 때문이었다고 한다. 수입의 일정부분을 봉사를 위해 쓰는 백인들과는 달리 한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추구에만 급급하였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국민소득 1만달러를 뛰어 넘어 한단계 더 성장하려면 국민들의 도덕성과 함께 봉사정신이 기반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IMF사태를 경험한 우리는 장애아를 양자로 삼아 정성을 다해 키우는 선진국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켜보며 이 대목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작은 베품이 큰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안다. 만인을 위한 사욕없는 봉사로서 우리의 존재를 가치있게 한다면 아름다운 세계는 비로소 건설되는 것이다.

곽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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