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문 칼럼

입력 1999-07-26 14:30:00

지금 새삼스럽게 환경위기의 심각성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들추고 설명할 필요는 없다. 넓게는 인류의 물리적 생존, 좁게는 한국인 문화적 삶의 질은 우리의 환경관리와 직결되어 있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으로 볼 때 환경문제는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그밖의 어떤 문제보다도 근본적이며, 그 문제해결은 어떤 문제보다도 선행한다. 안타깝게도 환경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이 아직도 미흡한 상태에서, 한국은 물론 지구의 현재 환경은 40년 전에 비해서 크게 악화되었다. 환경보호는 오늘날 한국인, 더 나아가서 인류전체에 주어진 가장 절박한 절대명령이다.

한국의 자연적 환경은 지구 어느 지역에 비해서도 과히 손색이 없을만큼 좋다. 산이 많은 한국의 산천은 미관상 아름답고, 한국은 기후적으로도 살기에 쾌적하다. 그린벨트 규제가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의 자연환경을 다소나마 보호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을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다.

이러한 그린벨트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생활환경은 황폐화 일로의 길을 면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역시 부정할 수 없다. 한국의 도시와 마을은 다같이 삭막하다. 서울을 비롯한 부산, 인천, 대구를 비롯한 대 도시는 삭막하다는 선을 넘어서 황량하다. 미관상으로 추하고, 생물학적으로 고통스럽다. 부득이 도시로 모여들고 그곳에서 생활의 터전을 닦고 살아가야만 하면서도 그곳을 빠져 나가 시골이나 다른 나라로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수시로 우리의 머리 속을 스쳐간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벨트를 확장하지는 못할 망정 이미 존재하고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환경보호에 기여한 그린벨트의 유지와 보호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도 현재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한 상태에 있는 줄 안다. 해제의 정확한 지역과 수준을 확실히 모르는 필자는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의 옳고 그름에 대한 단정적 판단도 내릴 수 없다. 그린벨트와 환경의 관계에 대한 다각적 연구와 신중한 검토 끝에 특정한 지역의 그린벨트 일부만이 아니라 전부를 완전히 해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

그런데도 그린벨트 해제라는 정부 정책발표는 필자에게 아무래도 환경장송곡으로만 들린다. 오늘날 환경문제는 심각하며, 정확한 과학적 물증을 당장 댈 수는 없으나 그린벨트 해제는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지든 간에 환경의 관점에서만 볼 때 해가 되지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만은 불을 보듯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그린벨트 해제를 해야한다면, 반드시 설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만약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정책이 국가와 국민의 복지라는 거시적 관에서가 아니라 집권당의 정치적 눈 앞의 목적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면, 그 정책은 국민과 국가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될 것이다. 또한 만약 이 정책이 그린벨트에 묶인 땅소유자의 재산권과 경제적 공평성의 관점에서 결정되었다면, 이 문제는 땅임자들에게 시세에 맞는 대가를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징수한 세금을 충분히 지불함으로써 풀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 문제를 너무 서둘러 처리하고자 하는듯 싶다. 그러나 졸속한 결정을 서둘러 내리기 전에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다 신중한 재검토를 해야한다. 일단 없어진 그린벨트, 일단 망가진 자연환경을 다시 복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포항공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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