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르 '불안의 개념'번역 출간

입력 1999-07-24 14:07:00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1813-55)의 저서 '불안의 개념'(한길사 펴냄)이 군산대 임규정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죽음에 이르는 병' '이것이냐 저것이냐' 등 많은 사상서와 심리학서를 펴낸 키에르케고르가 1844년 비길리우스 하우프니엔시스라는 익명으로 펴낸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개인사에 깊은 뿌리를 둔 저서. 실제로 일생을 유난히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간 그가 자신의 심층적 정서 즉 무(無)에서 비롯된 존재론적 불안의 실체를 이 책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

그는 불안이라는 의미의 핵심을 붙들기 위해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헤겔 등 기존 철학자들의 이론에도 가차없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모든 불안은 바로 무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한 키에르케고르는 유(有), 즉 내재성에서 출발하는 기존 철학과는 사뭇 다른 시각으로 불안을 보고 있다. 이같은 철학적 입장에 바탕을 두고 내재성 원리를 내세우는 철학자들에 대해 맹렬히 비판한다. 신을 완전한 현실태로 봄으로써 무의 불안을 도외시한 아리스토텔레스나 사고를 우위에 두고 무의 불안을 생각지도 않은 데카르트 철학이 바로 비판의 대상이다. 그의 비판은 헤겔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그가 헤겔철학을 격렬히 비판하는 이유는 헤겔철학이 근본적으로 내재성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헤겔에게 있어 본질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본질은 있었던 존재로 양적 이행만 있을뿐 질적인 이행은 없다. 키에르케고르는 이런 논법을 도깨비 장난으로 간주했다.

심리학적 사유에 대한 키에르케고르의 이런 기여는 훗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 '불안의 개념'은 그의 사후 많은 철학자, 신학자, 심리학자들에 의해 그의 주저(主著)로 인정받게 되었다. '불안의 개념'에서 제시하고 있는 '하나를 알면 모든 것을 안다'는 원리는 주로 실존적 심리학을 방법론으로 이용하는 사상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이데거, 야스퍼스, 틸리히, 사르트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자신의 실존을 통해서 자신을 이해하는 키에르케고르의 원리는 실존주의를 확산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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