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이 창당이나 할때인가

입력 1999-07-24 14:12:00

지금 우리 경제는 대우쇼크로 제2의 위기에 빠질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에서 정치권은 창당이야기로 밤을 세우고 있다. 그것도 21세기를 위하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승리라는 집권연장 수단으로의 창당을 가지고 놀고있다. 김대중대통령과 이만섭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은 공식적으로 8월 창당을 선언했다. 이총재권한대행은 신당의 성격을 개혁과 전국 정당으로 규정하고 창당일정까지 밝혔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가는 것은 내각제개헌을 유보할 때 내건 명분의 하나가 어려운 국정현황이었는 데 창당할 때는 왜 적용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대우문제로 인해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전 국민적 지혜를 모아도 모자랄 때인데 굳이 지금 창당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가. 비록 경제지표는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신음하고 있지 않은가. 여권은 나라를 위해 무엇이 우선인지도 분별할 줄 모른단 말인가. 잠시라도 창당을 멈추는 여유와 분별력도 없단 말인가.

또한 국민회의의 신당 창당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기본은 정당정치이고 책임정치이다. 그런데 이렇게 당을 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버리면 국민의 판단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책임정치라는 기본이 흔들리게 된다. 평민당 인기가 나빴으나 이러한 '위장전술'로 92년 총선에 성공한 일이 있다. 이런 점에서 유권자도 일부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또한 김대통령은 내년 총선후보 공천 기준을 유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인기만 좋으면 개혁성이나 도덕성과 관계없이 공천하겠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된다면 창당의 명분인 개혁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바꿔 말하면 정치개혁이야 어떻게 되든 총선에서 이기고 보겠다는 말이다. 물론 명분이야 총선에서 이겨야 개혁도 할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비빔밥 정당이 되고나면 어떻게 개혁을 할 것인가.3김씨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지금은 어떤 정계개편을 해도 결국은 3김정치의 연장이 될 수밖에 없다. 진실로 21세기를 내다본 정계개편을 하려면 3김의 정계은퇴를 약속하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시기는 김대통령의 임기말과 같이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는 어떤 좋은 명분을 갖다붙여도 국민은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권위주의, 부도덕, 투쟁위주, 위선등 3김정치의 유물로 우리 정치는 병들어 있다. 그러므로 정계개편을 하더라도 3김을 위한 3김에 의한 3김의 정계개편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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