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기미가요' 중의원 통과

입력 1999-07-24 14:20:00

지난 96년 8월20일 열린 아스팍 회의에서 중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주의를 선언, 세계 맹주(盟主)를 자처하는 미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이래 미.중국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고 사사건건 충돌이 잦아지고만 있는 것이 현실이다. 냉전 종식이후 선진국이 이끌고 있는 '세계화 시대'는 오히려 멀어져가고만 있다고나 할까. 이런 시점에 일본이 22일 국기(히노마루)와 국가(기미가요) 법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46년 맥아더 군정하에서 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와 국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인데 이번 국기.국가법 제정으로 패전의 쓰라린 과거와 결별, 2000년 1월1일부터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합창하는 새로운 '밀레니엄'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변신은 주변국가들에게는 달갑지만은 않은게 현실이다. '히노마루'를 휘날리며 '일왕의 치세(治世) 천년만년 영원하라'는 내용의 기미가요를 목청 높여 불러대던 일인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과거 침략자들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할 것이다. 기미가요는 1880년 메이지(明治)일왕 생일 축하연에서 처음 연주된 이래 1945년 일본 패전때까지 불려지던 일본 국가다. 그런데 이 국가가 아무런 변형도 되지 않은채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 바로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과 직결된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실을 통해 세계 시장보다 국가를 우위에 두고 있는 일본인의 의식의 편린을 엿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일본은 서서히 군사대국의 준비를 함으로써 신패권주의 게임에 뛰어들고 있는 것만 같다. 세계 열강들이 각축하고 있는 이때에 사분오열 다툼만 벌이고 있는 우리 현실이 암담할 뿐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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