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김근화(여성자원금고 이사장)

입력 1999-07-23 14:09:00

고등학교 1학년을 중퇴한 이상혁군은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를 차렸는데 그 프로그램이 어찌나 쉽고 재미있던지 벌써 몇만달러어치를 주문받았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포항공대에서 장학생으로 들어오라 하니 "지금은 바빠서 갈 수가 없고 1년 후쯤 재미난 친구들이나 만나러 갈까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한다.그 기사를 읽으면서 '21세기를 확실하게 보장받은 희망둥이가 여기 있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천년의 시대를 지식산업의 시대라 한다. 그중에서도 인간이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실행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꼽고 있다. 즉 영화, 만화, 게임, 대중음악, 전자오락, 애니메이션, 특히 공부까지도 재미있게 놀면서 하는 '에듀테인먼트 산업'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분야는 자본과 첨단기술보다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승부가 나기 때문에 큰 자본이나 고도의 기술력이 축적되지 못한 나라에 적합하다고 한다. 더구나 자동차, 철강산업처럼 정부가 받쳐주는 산업이 아니라 정부는 최소한의 규정정도나 만들어 놓고 한발 물러서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분야의 종사자는 완전한 자유인으로서 정보를 파도타기하는 세대, 즉 채널서핑 세대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만화만 보고 자란 아이들, 전자오락으로 밤을 지새우는 아이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고 외쳐대는 아이들이 확실한 주인공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엘리트가 되려고 갖은 수단을 다 동원했고, 90년대에는 괴짜정도로 통했는데, 이제는 '똘아이'라 불리우는 마니아들이 각광을 받는다니 한편 생각하면 허무하기까지 하다. 어머니들의 교육관이 흔들리고 가치관이 깨져나간다. 결국 똘똘이가 아닌 똘아이에게서 희망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은 착한 아이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가 더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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