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민담책에 나오는 얘기 한토막이다. 집주인이 어느날 밥 한공기를 다먹어 치우기 무섭게 요리사가 황급히 또 한공기를 뜰 준비를 했다. 요리사가 벌써 몇발짝을 떼놓자 주인은 요리사가 똑똑하게 못 들었을 줄 알고 "반공기만…"하고 재차 주문을 했고 요리사는 "알았습니다"하고 고개를 돌려 대답을 했다. 잠시 후 요리사가 담아 온 밥공기에는 밥이 가득 채워진 한공기.
화가 뻗친 주인이 "내가 자네에게 반공기를 담아 오라고 했는데 왜 가득 담았나?" 요리사가 대답했다. "주인님이 먼저 반공기를 담으라 하셨고 나중 다시 반공기를 얘기하셨습니다. 반공기가 두개면 한공기가 맞지 않습니까" 주인이 다시 생각해봐도 일리있는 말이라 대꾸할 말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원하지 않던 밥 한공기를 끌어 안고 낭패한 얼굴을 하고 있을 집주인을 생각하니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얼굴과 겹쳐진다.
얼마나 외친 내각제인데…
97년 대선캠페인때부터 내각제란 반공기를 얼마나 외쳤길래 이미 연내 내각제개헌 유보쪽으로 마음이 돌아선 후에도 김용환(金龍煥)이란 수석요리사에서부터 충청도 주방아저씨들 모두에게 곤경을 치르는지 이해가 갈만하다.
사실 97년의 후보포기에서부터 명분으로 내건 내각제로 친다면 밥한공기가 아닌 수백공기가 되고도 남을 판이다.
김용환수석요리사가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울분까지 토로했지만 그인들 명예총재의 '반공기'를 못 알아듣고 한공기를 퍼 안긴채 요리사 모자를 팽개쳤을리 없다.현재의 시점에서 자민련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주판을 한번 튕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몽매에도 잊지못할 내각제 개헌은 3자회동에서 합의사항으로 연내유보가 됐으니 이젠 미련 을 갖기조차 어렵게 됐다. 서울 마포 중앙당사에 자민련이란 간판대신 내각제만 걸어도 무슨 당인지 알아볼만큼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됐던 이미지를 잃었으니 이는 곧 정체성 문제와도 다르지 않다.
세간에선 국민회의는 내각제개헌유보를 얻었고 자민련은 2여의 합당포기를 얻었다지만 국민회의가 얻은 것은 가시적이지만 자민련의 것은 지극히 불투명할 뿐이다.DJT회동후 청와대대변인이 신당 창당문제와 관련, "이를 포함한 모든 정치현안은 양당 8인협의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신당창당의 가능성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개연성 차원이다.
정치권에선 이미 출생일자만 불분명할뿐 그 구성인자들 'DJPY'(DJP+젊은 인재)로 못박아 놓고있다. 통합신당의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들의 후보들이 실명으로 논의되고 있는 차원이다. 정치를 흔히들 '가능의 예술'로 표현한다. 더 원색적으로 표현하면 남자를 여자로만 못 만들었지 다른건 다 한다는 뜻이다.
어떤 선남선녀(善男善女)가 합당, 또는 신당창당 포기선언을 믿어줄지 알 수 없다. 신당을 위한 대통합론자인 박철언(朴哲彦)의원이 자민련소속 부총재란 사실이 자민련의 향후 운명을 예고하고 있다.
또 내년4월의 총선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본바닥인 충청도의 흉흉한 민심은 자민련의 합당과는 무관하게 살벌하다는 게 현지출신 의원들의 볼멘소리다. 그들의 표현처럼 '큰일을 도와 주니 호적도 파오고 집문서도 내놓으라는 격'이란 푸념이 실감난다.
얻은 것은 무엇인가
90년의 3당합당후 다음 총선에서 다섯손가락 안짝의 사람들만 겨우 생환해 '상처뿐인 영광'을 되뇌인 것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자민련이 얻은 것은 비승비속(非僧非俗)을 연상케 하는 신분과 약간의 시간뿐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치는 현실이요, 현실은 힘이라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소수의 정파로 집권의 과실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이처럼 눈물겨울 수 있음을 우리의 현실정치가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당(唐)의 힘을 빌려 억지스런 3국통일을 이룬후 통일신라가 당으로부터 겪었던 숱한 수모 역시 남의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지 앞으로 예측이 가능한 숱한 정치쟁점들이 내연(內燃)이라도 좋으니 표출되지만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덜 시끄러워야 국민들이 먹고 살테니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