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 독립 물건너가나" 탄식

입력 1999-07-22 00:00:00

"안풀린다, 안풀린다 이렇게 안풀릴수가" "이 마당에 수사권 독립은 무슨..."신창원 특별수사팀 안팎에서 경찰의 탄식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이 탈옥한뒤 다시 붙잡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6개월.

지난 19일 공개된 신창원의 일기장에 따르면 이 기간 경찰은 눈앞에서 그를 놓친 것이 한두번이 아니고, 권총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또 신창원을 검거해야 할 경찰관이 그의 동거녀와 성관계를 갖기도 했고, 문책당할 것을 의식해 검거작전 관련 상황과 자료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2일 수사본부 주변 경찰관들은 잠시 잊고 있던 경찰수사권 독립문제를 다시 떠올리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지난 봄 경찰의 수사권 독립요구가 거세지는 것과 때를 같이해 느닷없는 경찰청 고위간부의 뇌물수수 사건이 터질때만 해도 경찰은 "검찰이 우리(경찰) 입을 막기 위한 표적사정"이라고 반발했고, 그 후로도 기회있을 때마다 '독립요구' 기세를 꺾지 않았다.

그러나 신창원이 검거되고 그의 탈옥후 행적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거의 어김없이 경찰의 악수(惡手)가 등장하자 "어떻게 이런 일이...",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민망해하는 표정이다.

수사팀 한 간부는 이번 일이 대다수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질때까지 '수사권 독립'은 꺼낼수도 없게 됐고, 이는 사실상 요원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 말하기도.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대다수 경찰관은 본분에 충실한데 극소수 나태한 직원들 때문에 전체가 ○바가지를 뒤집어 쓴 꼴"이라고 했다.

부산.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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