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T 청와대 회동 배경

입력 1999-07-21 00:00:00

신당창당 문제로 여권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권 수뇌부인 DJT 3자간의 긴급 조찬회동이 21일 열렸다. 결과는 당초 예상한대로 연내 내각제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합당을 통한 신당창당 문제는 당 차원에서 논의를 계속키로 했다.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전날밤 한때 표명했던 총리직 사퇴도 없던 일로 됐다.이날 회동에서는 두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다. 우선 그간 설만 무성하며 지리한 소모 양태를 보였던 내각제개헌 문제는 DJP간에 연내 불가 쪽으로 공식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당초 이들은 내각제개헌 문제는 8월내에 해결키로 했지만 이번 회동으로 인해 이 문제는 한달 가량 앞당겨 지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그리고 조만간 김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내각제개헌 연기의 불가피성에 대한 입장표명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여권 수뇌부는 내각제 연내 개헌불가 문제가 신당창당 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조기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총리는 최근 연내 내각제개헌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고 이로 인해 김용환부총재 등 일부강경파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가 있다. 김총리는 20일 저녁 긴급 자민련 수뇌부와의 모임에서도 "연내 개헌은 안되는 것 같다"면서 "한나라당도 거부하고 있고 대통령도 개헌안을 안내겠다고 하고 정족수도 안되고 그렇다면 최선 아니면 차선이 아니냐"고 말해 연내 개헌추진 포기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김대통령의 내각제 연내 개헌 불가 입장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김총리가 김대통령에게 "내각제 개헌안을 제출하십시오"라고 말하자 "안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소개됐다.

이번 내각제 연내 개헌 불가로 가닥이 잡히면서 한나라당 등에서는 이를 국민을 기만한 정치 사기극으로 맹공격을 할 것으로 보여 여야간의 긴장은 고조될 전망이다. 그리고 자민련 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내분이 격화될 소지도 다분하다.

다음으로 이날 회동에서 주목한 대목은 역시 양당 공조강화와 신당창당 등 모든 정치현안을 양당 8인협의회에서 논의키로 한 것이다. 김총리는 근본적으로 공동정부를 깨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총리에게 있어 신당창당 문제는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연내 내각제개헌포기로 충청권이 들끓고 있는 마당에 이를 흔쾌히 동의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이미 김총리는 김대통령이 신당창당을 제의했지만 이를 완곡히 거절했다고 자민련 수뇌부에서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항은 김대통령이 신당창당에 대한 의사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어차피 신당창당 과정은 우여곡절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의 이같은 의지가 관철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자민련의 반발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민련도 연내 내각제개헌 포기를 안고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의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극적으로 신당창당에 합의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지난 총선때의 돌풍을 기대하기 힘든 편이다.

그러나 현재 신당창당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시간이 촉박한데다 인위적 정계개편에 따른 밀실야합 비난을 받고 있어 과연 신당창당이 가시화될 지는 아직 의문이다.

어쨌든 내각제개헌 문제가 조기에 매듭된 데다 신당창당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가 표명되었기 때문에 신당창당 문제는 여권내 공동현안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자민련 의원들의 반발 강도 그리고 정계개편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 등에 비춰 정국은 긴박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양당 8인 협의회의 협의결과가 정가의 주목을 받게 됐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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