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가 태어나고, 명곡의 탄생 무대가 된 곳을 찾아가는 여행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사느라 이 마을 저 골목을 옮겨 다녀야 했던 거장들의 영혼이 살아 숨쉬는 무대. 하지만 그 옛날 음악가들이 활동하던 당시 현장을 직접 찾아내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20여년간 여행업을 하고 있는 황영관(64)씨가 쓴 '유럽음악기행 1'(부키 펴냄)은 이같은 수고와 어려움을 줄여 준다. 오랫동안 수집한 자료와 현장 확인을 통해 유럽의 고전음악 유적을 체계적으로 소개한 이 책은 수많은 음악가들의 발자취가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지 5천분의 1의 배율로 생생하게 펼쳐내는 유럽지역 고전음악답사 여정기다. 제1권은 이태리와 오스트리아, 체코편.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음악기행은 7월말 출간될 제2권에 담겨 있다. 이 기행은 이태리 로마에서 출발한다. 레스피기의 '로마의 분수'와 '로마의 소나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둘러보고,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무대를 직접 찾아간다. 이어 이태리 민요와 예술가곡의 산실 나폴리와 소렌토를 거쳐 세계적인 현악기 제작도시 크레모나, 베르디의 생가가 있는 파르마, 오페라의 도시 밀라노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 베로나 등 이태리 중부·북부일대 고전음악현장과 음악가들의 삶의 여정을 추적한다.
음악의 도시 빈. 악성 베토벤이 생애 대부분을 보냈고, 슈베르트가 태어났으며, 요한 슈트라우스의 감미로운 왈츠 선율이 들리는 도시. 저자는 250여 곳의 음악가들의 기념관과 기념상, 기념판을 중심으로 도시 전역에 묻어있는 거장들의 발자취를 따라 빈의 대로와 뒷골목을 샅샅이 누빈다. 인적 드문 내륙과 국경지방의 벽촌까지 여행객의 발길에는 예외가 없다. 하이든과 리스트, 브루크너의 고향을 둘러보고 독일과 국경을 이룬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를 찾아나선다. 체코인들이 '블타바'로 부르는 아름다운 몰다우강과 중세의 향기로 가득한 고도 프라하. 유럽사람들이 '5월의 프라하'라고 말할 정도로 5월의 프라하는 아름답다. 이를 만끽하려면 5월의 태양이 비치는 봄날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13개의 다리를 밟아보는 것이 더욱 좋다. 드보르자크와 스메타나, 말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프라하의 유서깊은 극장들과 드보르자크의 고향 네라호체베스, 말러의 고향 칼리슈트도 둘러본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고전음악현장으로 안내할 뿐아니라 클래식음악을 실감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책말미에 붙인 음악가 색인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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