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세풍대응 배수진

입력 1999-07-15 00:00:00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한나라당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권이 한물간 세풍사건과 대선자금 문제를 이 시점에 부각시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의 전 재정국장이 체포되고 세풍사건이 다시 부각된 후 당내 일각에서 나온 "여권이 내년 총선에 임박해 세풍사건을 다시 거론할 것으로 예상했었다"는 얘기는 한나라당이 전혀 방비태세를 갖추지 않고 있었음을 보여준다.14일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정계은퇴까지 거론하며 폭탄선언을 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이런 사정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무방비 상태에서 가해지는 공격을 어설프게 대응하다가는 당의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15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는 "이미 밝혀진 사안을 다시 문제 삼는 의도가 무엇이냐"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검찰의 김태호 전사무총장 소환 방침에 대해서도 "김의원은 공개적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며 한국중공업의 2억원 건도 이미 밝혀진 것으로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며 "여권이 대선자금을 문제삼아 야당에 더이상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게다가 검찰이 구속된 전 재정국장에게 대선자금 모금과는 별도로 자금출처를 추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 지도부를 포함 특정인을 흠집내려는 의도"라며 긴장하고 있다.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는 또 "대선자금에 문제가 있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한 이총재의 발언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여권은 이총재의 선언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앉아서 그대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메시지를 여권이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일부에서는 "당 지도부가 대여 전략을 제대로 펼치지 못해 한물간 세풍사건으로 정국을 역전시키고 말았다"며 당의 고질적인 뒷심부족을 비난하고 있다. 각종 의혹사건으로 조성된 특검제 정국을 세풍정국으로 U턴하게 방치한 것은 결국 지도부의 정국운영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徐泳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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