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삼성과 YS

입력 1999-07-14 14:34:00

부산의 삼성 승용차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요즘이다.이번 사태의 전개과정을 짚어보면 대강 이렇다. 지난 94년 부산 신호공단이 삼성차의 입지로 선정되면서 부산.경남에서는 엄청난 경제적 수혜(?)를 누렸다. 50만평 8개 공장의 삼성자동차 자체고용인력만 3천여명, 2천800여개 협력업체의 종업원이 36만명. 그러나 자동차 빅딜로 현대-대우 2사체제가 굳어지면서 5조원의 투자는 고철이 되고 말았고 부산의 제조업 총생산은 22%나 줄어들게 됐다. 그리고 4조3천억원의 빚만 남겼다.

◈민심달래기 급급

부산 지역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정부와 삼성으로서는 민심달래기가 발등의 불이었다. 먼저 삼성이 수원가전공장에서 세탁기와 전자레인지 2개 설비를 떼내 부산.경남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협력업체까지 같이 내려보내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필요하다면 에어컨까지 떼주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녹산공단에 신발전용공단을 조성하고 가덕도 신항만 1단계공사를 처음에는 1년6개월, 며칠 뒤에는 2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공장의 부산이전 특혜 부여, 협력업체 지원 등의 내용들도 동시에 터져나왔다.

삼성이 가전공장 이전을 발표하자 엉뚱한 사단이 불거졌다. 당초 삼성은 부산에 자동차를 입지시키면서 호남권 반발 무마용으로 수원가전공장 중 냉장고 라인을 광주 하남공단으로 옮긴 바 있다. 이때 세탁기와 에어컨도 광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던 모양이다. 그러니 부산이전은 약속위반이 되는 셈이다. 이바람에 광주에서는 경제살리기대책위까지 구성됐다. 반대로 수원에서는 경제살리기 수원시민협의회를 만들어 이전불가를 외치고 있다.

◈YS와 재벌총수의 '原罪'

참으로 난해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때늦은 이야기지만 이처럼 일이 뒤엉키도록 만든 원인제공자는 누구라는 말인가. 그 원죄자는 두명의 인사로 압축되는 것 같다. 한 사람은 삼성자동차 설립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YS요, 다른 한 사람은 삼성재벌의 총수다. 양자의 합작품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전자는 국가 기간산업을 엉뚱한 곳에 입지토록 해 출발부터 경쟁력을 상실케한 허물이 있고 후자는 무리하게 사업을 떠벌려 나라경제를 기우뚱거리게 한 과실이 있다. 이들 재벌총수와 노정객은 자신들의 원죄를 알고나 있을까. 빅딜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항변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진출로 공장입지, 생산차종, 수출여건에서 나쁜 조건을 두루 갖춘 삼성차를 살아남아야 할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고 우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있었던 산업자원부 간부연찬회에서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논의가 있었다. 산자부 모 간부는 스스로를 삼성자동차 사태의 원죄자라고 실토했다. 그는 당시 산자부 내의 주된 흐름은 삼성차 불허 쪽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2박3일간의 기자세미나를 열어가면서까지 불허여론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삼성의 로비가 먹혀들면서 신문의 논조가 바뀌고 산자부에서는 함구령이 떨어져 사업진출로 결말났다는 자성담이었다.

◈지역.정치논리 종식을

이제 경제를 지역논리.정치논리로 푸는 고질적 관행을 종식시켜야 할 때가 됐다. 국민들도 눈앞의 이익에 몰두해 국가경제대사를 그르치는 공범자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잘못된 지역.정치논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며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낳게되는 것인지를 이번 사태가 증명하고도 남는다. 지역.정치논리는 또다른 지역.정치논리를 낳고 건전한 경제질서를 오염시킨다. 멀쩡한 수원의 가전공장을 왜 부산에, 광주에 보내야 하며 난데 없는 신발전용공단을 왜 조성해야 하는가. 부산으로 가는 공장만 특혜를 준다는 것은 또다른 지역.정치논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삼성자동차를 부산에 빼앗긴 대구의 화풀이성 발언이 아니다.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논리가 국민들에게 덤터기만 씌우게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은 것이다. 삼성자동차의 값비싼 교훈, 자업자득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세상에 공장을 떡 가르듯이 갈라먹는 나라가 우리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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