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의 법정관리 인가 결정으로 입주 예정자 2만2천여가구와 협력업체 2천300여개사는 최악의 상황을 넘기게 됐다.
청구 부도 이후 미뤄졌던 아파트 공사가 다시 시작되고 협력업체 공사 대금도 부분적으로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재개와 함께 건설현장의 일자리가 늘어나 지역경제에 적지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청구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총부채 1조1천600억원 중 3천800여억원을 출자전환 및 탕감 받고 자본금은 560억원에서 110억원으로 감자된다.
현재 서울은행이 가장 많이 보유한 청구 주식은 서울은행 해외매각과 함께 정부투자기관인 성업공사로 넘어간다. 성업공사가 최대 주주가 된다고 해도 공사 성격상 운영 주체로 나설 수 없어 사실상 법원이 청구를 관리하게 된다. 장수홍 전 회장은 일선에 복귀하거나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미완공 아파트, 채권단 합의 내용, 청구 진로 등을 알아본다.
▨미완공 아파트 및 입주 예정자
청구는 대구 3천100가구, 경북 3천300가구 등을 포함해 전국에 2만2천여가구의 미완공 아파트를 남겨놓고 있었다. 이 중 35개 단지 1만7천가구는 입주예정자와 청구 측이 주택공제조합의 도움을 받아 부분적으로 공사를 진행시켰다. 올 연말 입주가 이뤄지는 현장도 몇몇 있다.
그러나 8개 현장은 여전히 미착공 상태다. 청구는 법정관리 인가와 함께 이들 현장에 대한 공사도 연말까지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미착공 현장은 중도금 납부에 비해 공사진척도가 낮은 단지라 인가를 계기로 금융권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입주 예정자들도 법원이 청구 관리를 맡게 되면 중도금 납부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청구 류우하 상무는 "일부 현장에 공사가 지연되고 있지만 이번 인가로 입주 예정자 협의를 통해 공사재개 합의가 이뤄지면 완공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흑자 현장의 여유 자금을 적자 현장에 투입한다는 게 회사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채권 금융기관, 협력업체
채권 금융기관, 협력업체 등 청구 채권단들은 기업 파산보다 법정관리 인가를 통해 부분적으로 채권을 확보하는데 동의했다.
금융기관들은 주채무 원금 중 15%를 출자전환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채권 85% 중 60%에 대해서는 청구의 2004~2008년 균등분할 상환 조건을 받아들였다. 40%는 청구가 정리기간 안에 신규 차입을 통해 변제하기로 했다. 경과 이자는 면제하고 발생 이자는 기준 금리를 적용해 상환키로 했다.
협력업체가 갖고 있던 상거래채권은 청구에 경과 이자를 전액 면제하고 정리담보권 원금의 경우 15% 면제, 정리채권 5억원 미만은 35% 면제, 5억원 이상은 40% 면제 등의 조건으로 청구와 합의했다. 남아있는 채권은 액수에 따라 99년부터 2004년까지 변제하기로 했다.
협력업체들은 청구 파산으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넘겨 자금난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업체들은 지금부터 재개하는 공사에 대해 현금결재를 받을 수 있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청구 관계자는 "정리계획안이 확정된 만큼 부채 상환은 계획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구의 미래
청구는 법정관리 인가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게 사실이지만 IMF 이전처럼 연간 1만가구를 분양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주)청구산업개발은 (주)청구로 통합되고 법정관리 인가와 함께 감자가 이뤄져 560억원의 자본금이 110억원으로 줄어든다. 소액주주 주식은 10주를 2주 비율로 병합, 2, 3개월동안 증권거래소에서 거래중지 절차를 거친다.
청구의 주채권 은행인 서울은행이 조만간 홍콩의 한 은행에 매각되면서 청구의 채권 및 주식 상당수는 정부투자기관인 성업공사로 넘어간다. 성업공사가 청구의 사실상 소유자가 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청구의 최대 채권이 성업공사에 넘어가더라도 법정관리인을 두고 정리안에 따라 당분간 회사를 운영하게 된다. 성업공사는 법정관리인 선임을 비롯한 정리계획안에 최대 주주로서 영향력을 인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병균 법정관리인은 "법정관리 최종 인가로 청구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건설업계의 노하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소유구조와 무관하게 신규 사업에도 적극 나서 올해 전국적으로 3천100여가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 기업 채산성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