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반을 외국에서 지내고 귀국한 어느 정치인이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는데, 그 진의를 알 길은 없다. 그러나 그의 말이 함축하고 있는 뜻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중요하다. 말하자면 그 노래가 그 노래이고 정치.사회 전반의 움직임도 답답하기는 어제나 오늘이나 다를 바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변한 것이 없다.
그렇다. 변한 것이 없다.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논란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곡조(曲調)가 같다.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포용정책을 고수해 나가겠다는 집권세력의 다짐이나, 상호주의원칙에 충실하지 않은 「햇볕」은 안보의식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상반되는 의견으로 국민들에 굴절돼 투영되고 있다.
선거구변경 여부도 고비용 정치구조 타파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다면,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현역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 정당끼리의 이해득실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문제해결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선거구제를 포함한 정치개혁의 과제는 더이상 질질 끌어서는 안될 현안이다. IMF극복.구조조정의 이름아래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은 나라의 명운(命運)을 거머쥐고 있는 정치세력들이 「개혁」을 너무 오래 미적거리고 있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정치는 현실이라는 등식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정치권이 진정, 현실인식을 갖는다면 다당제로 국정을 운영하는 형식을 검토할 것이 아니라, 뚜렷한 정강정책, 새로운 정치이념을 각각 표방하는 두개 정도의 전국정당 건설이 우리의 정치현실에 더 부합되는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해묵은 지역감정(Regional Rivalism)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임정치구현에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야당의원 빼가기로 머릿수 늘리는 추태는 더이상 보지않아도 될 것이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지도자들이라면 양대정당 육성방안에 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기위해 집권세력은 '정권재창출'에 연연해선 안된다. 보수.중산층을 대변하는 한개 정당에 진보.서민.근로대중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한개 정당이 바람직하다. 제3의 정당도 물론 가능하다.
◈책임정치 구현을
순진한 단순 논리라고 폄하하겠지만, 우리 정치현실을 개조하는 방법으로는 확실한 방안이라고 믿는다. 좀 억지소리인지는 몰라도 정치권인사를 성향에 따라 둘로 편을 갈라 보는 방법도 있다. 죽어도 야당은 못하겠다는 사람과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남겠다는 정치인을 양분해서 A당.B당으로 편성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려면 정치자금이 여야 가릴 것없이 균등하게 배분돼야하고 후원금도 야당측인사는 무시하고 여당세력에 줄을 서서 얼굴내기와 큰 돈을 내놓으려는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아무래도 실현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게되리라는 점은 알고 있다. 답답해서 하는 소리이니까 검토대상에나 올려주면 좋겠다.
7, 8월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고비가 될 것같다. 내각제문제가 어느쪽으로 결말이 나느냐에 따라 또 한차례 진동(震動)을 겪을 것이다. 내각제 게임이 어떻게 결말이 나든, 정치인 놀음에 힘없는 국민들이 고통당하는 일은 없도록 정치권의 배려를 바라마지 않는다.
◈즉흥식 정책은 금물
올 7, 8월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사회안전.국방 등에도 각오를 새롭게 해야만 희망찬 가을을 맞을 수 있다. 정부가 스스로 중심을 잘 잡아줘야만 국기(國基)도 튼튼해질 것이다. 어떤 정책을 채택하든 즉흥식은 금물이다. 부작용 등 파급영향을 면밀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업적쌓기에만 골몰하면 국민은 늘 불안속에 살 수밖에 없다.
공직자들의 마음가짐도 새롭게 해야할 것이다. 각계 각층의 지도급인사들도 올해 여름을 슬기롭게 넘겨야만 결실의 가을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져야 한다. 새로운 기풍, 희망이 넘치는 정열로 올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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