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禁山)제도는 조선초에도 매우 엄격했다. 서울주변 몇곳을 비롯 전국의 375곳을 금산구역으로 지정해 벌목과 건축행위를 막았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매우 엄한 벌을 내렸다. 정조때의 송금사목(松禁事目)은 오늘날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관리규정과 비슷한 것으로 주민들이 한글로 읽을수 있도록 번역해 주지시키라는 부칙까지 둘 정도다. 성종은 한걸음 더 나아가 백성들이 어쩔수없이 지은 집은 눈감아 주되 권신들의 별장은 모조리 철거하도록 명하기까지 한다.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우리나라 그린벨트 역사는 지난 71년 7월 도시계획법에 근거해 수도권에서 처음 지정된 이후 77년 4월 여천(여수)권역까지 8차례에 걸쳐 모두 14개 도시권으로 확대됐다. 대구권의 그린벨트 지정면적은 약 547㎢. 1만2천가구에 인구는 약 4만1천명으로 추산된다. 건교부가 드디어 김대중대통령이 지난 대선때 공약으로 내건 그린벨트해제건을 구체화시키며 개발제한구역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30여년간 아무도 풀지 못한 이 문제에 어떤 묘수로 조화를 부릴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염려가 되는 것은 혹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치바람에라도 휘말리면 어떡하나 하는 점이다. 그린벨트제도는 불합리한 구역획정과 사유재산권 침해 등 당사자들에게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제도지만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부터 국토를 보호해 왔다는 점은 매우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돼왔다. 왕에게 한 신하가 그림을 열심히 그려 바쳤다. 어느날 왕이 그 신하에게 "무슨 그림이 가장 그리기가 어려운가"고 물었다. 개나 말 등 살아 있는 동물그리기가 어렵다고 했다. 왕은 "그러면 무슨 그림이 가장 그리기가 쉬운가"고 되물었다. 신하는 "귀신 그리기가 가장 쉽다"고 했다. 귀신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통령공약사업이라고 귀신 그리듯 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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