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나자렛집'은 장애인·부랑자·무의탁자 등을 위한 보호시설이다. 은해사 방향으로 가다 만나게 되는 이 집은 무려 350여명이나 되는 가족을 거느리고 있으며, 수녀님들의 보살핌이 진한 감동을 안겨주는 '사랑의 집'이다.
2년 전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게 된 뒤부터 이따금 들르는 곳이지만, 지난 달 셋째 일요일의 방문은 그 여운마저 각별하다. 그날은 내가 소속돼 있는 '대건 앙상블'이 '열린 음악회'를 가졌는데, 시종 즐거워하던 그 곳 가족들의 표정이 깊은 인상을 심었고, 출연자들도 어떤 연주회에서보다 값진 보람을 느낀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대건 앙상블'은 가톨릭 신자 성악가 8명과 피아노 반주자 2명으로 구성된 음악봉사 단체로 한 달에 한 번씩 소외되고 그늘진 곳을 찾아간다. 성가대가 없는 시골의 공소나 군부대 성당도 주요 방문 대상이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여러 곳을 찾았지만 그날 나자렛집 잔디밭에서의 음악회는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언덕 아래 큰 성모상이 있고, 그 아래 조촐하게 꾸며진 무대에는 키보드 오르간이 마련돼 있었다. 피아노가 없기 때문에 오르간 반주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궁색함에도 불구하고 연신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정성을 쏟게 한 까닭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여름 초저녁의 초록빛 잔디밭에 모여 앉은 그곳 사람들의 누구보다도 해맑은 700여 눈동자 때문이며, 비록 헐벗고 소외된 사람들이지만 누구보다도 마음을 낮춰 보다 나은 삶을 열망하는 그 눈빛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이 한번도 음악회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진지한 표정에 감동되기도 했다.
나는 그날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며 추억이 될 수 있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나 뿐만 아니라 출연자 모두가 그런 뿌듯함과 벅차 오름을 공유했을 것이다. 특히 우리와 그곳 가족들 사이에서 따스한 마음을 한없이 끼얹어 주던 수녀님들의 모습은 여태까지 가슴을 찡하게 한다. 그곳 사람들의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