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廉恥)와는 담을 쌓고 살 사람들을 정부·여당이 대폭 양산해 낼 모양이다. 마음이 깨끗하고 인품도 조촐하여 탐욕이 없는 상태를 염결(廉潔)이라고 해 주로 벼슬하는 사람들의 처세훈(處世訓)으로 새기는 이유는 이것이 남의 앞에 나서는 사람들의 필수 덕목(德目)이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당초 정부·여당이 가계안정비를 신설한 의도는 중하위직 공무원들이 가계를 제대로 꾸려가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 급여항목에 넣어 지급코자 했던 것. 그런데 이 대상에 느닷없이 대통령, 국무총리를 비롯 국회의원·장차관, 자치단체장 등 입법·사법·행정부의 고위직 등이 모두 끼어들고 있다. 불과 1년반전 정부는 기회있을때마다 '뼈를 깎는 고통감수'를 구두선처럼 내세워 숱한 민간기업 종사자들에게 참기 어려운 날벼락을 주문해놓고서는 자신들은 이제 '네떡 나 몰라라'식이다.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월급 30~40%씩 깎였던 상당수 민간근로자들은 언제 다시 회복될지, 목만 길게 늘이지만 아직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더구나 9급 1호봉을 받는 초임공무원은 46만1천375원을 받는데 장관·국회의원은 무려 6배인 281만3천750원을 받게 될 모양이다. 정부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보수기준에 따라 장관도 포함 운운하지만 명색대로라면 이미 반석처럼 안정돼 있는 장관·국회의원의 가계를 얼마나 더 안정시켜야 속이 시원하다는 얘긴지 지나가던 소가 웃을 노릇이다. 고위공직자들은 자신들도 받게 될 것이라고 느긋하게 생각하기에 앞서 이에 소요되는 국가예산이 1조2천700억원이란 사실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나라의 살림을 맡아하는 주부의 기능과 다르지 않다. 돈을 먼저 쓸곳, 나중에 쓸곳 등을 제때 헤아리지 못하고 손 큰 며느리 살림 말아먹듯 마구 쌀바가지를 퍼내는 일이 능사일까. 〈최창국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우원식 "최상목, 마은혁 즉시 임명하라…국회 권한 침해 이유 밝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