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대행 유임서 경질까지

입력 1999-07-09 15:03:00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8일 오후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과 당 8역이 제출한 사표를 모두 수리함으로써 당 지도부를 전원 사퇴시켰다.

김대행은 특히 이날 오전 주례보고 시점에는 사표가 반려되어 재신임을 받기도 했으나 그로부터 5시간 만에 특검제 발언에 따른 김종필(金鍾泌)총리의 격노와 자민련의 '적절한 조치' 요구로 경질되는 반전을 겪어야 했다.

김총리의 분노가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을 날린 셈이다.

김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총재실에서 열린 당 8역 회의를 마친 뒤 "당직 일괄사표를 제출키로 했다"고 밝히면서 청와대 주례보고를 위해 국회를 떠났다.

이 때 김 대행은 동승한 한 기자에게 "특검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문제가 있었으며, 특히 김총리가 국회 답변과정에서 '특검제 전면 수용' 발언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김총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거듭 내비쳤다.

주례보고에서 김대통령은 당 지도부의 일괄 사표결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뒤 김 대행의 사표는 반려하고 나머지 당8역의 사퇴서만 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러나 김대행이 주례보고차 국회를 떠나면서 행한 특검제 관련 김총리 비판 발언이 자민련 측에 알려지자 사태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김총리는 국회에서 자민련 강창희총무로부터 김 대행의 발언을 보고받은 뒤 김종호·한영수 부총재, 강총무, 이양희 대변인 등과 오찬을 하면서 내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총리는 식사도중 "이제 헤어질 때가 왔구먼" "그런 사람하고 같이 일하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한편 김중권 청와대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이에 따라 김실장은 부랴부랴 국회 총리 대기실로 달려와 김총리에게 사과했지만 김 총리는 10여분간 "그 친구가 그만두든 내가 그만두든 알아서 하라. 저 친구와는 같이 일 못한다"며 고성이 밖으로 들릴 정도로 김 대행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총리의 진노에 따라 자민련은 강총무 주재로 긴급 총무단 회의를 열고 "김대행의 적절하고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으면 국회에서 국민회의와 공조할 수 없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강총무는 총무단 회의가 끝난 뒤 "김대행의 비겁한 변명이 공동정부를 침몰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로 돌아간 김실장은 김정길 정무수석과 함께 대책을 논의한 뒤 김대통령에게 분위기를 전했고, 김대통령은 결국 공동정부의 화합이 최우선이란 판단에 따라 김 대행의 경질을 최종 결정했다.

이어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4시30분께 김실장을 만난 뒤 기자실로 내려와 김 대행의 경질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김수석도 비슷한 시각에 국회로 김총리를 찾아와 김대행의 경질방침을 설명했고, 이에 대해 김총리는 "앞으로 양당 공조를 더욱 원만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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