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7일 세계수준의 대학원 육성사업인 '두뇌한국 21(BK21)' 사업 가운데 인문·사회분야에 대해 대폭 수정·보완키로 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국정협의회를 갖고 이같이 발표했다.
교육부는 'BK 21' 사업가운데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지원 학문분야, 신청자격 및 기간 등 이미 공고된 내용을 전면 취소하고 관련 학회 등 앞으로 인문·사회 분야 교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지원분야와 신청자격 등을 새로 마련해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재공고키로 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수정조치가 교수들의 반발기류를 어느정도 완화시킬수 있을지는 미지수며 따라서 향후 이 사업자체가 계획대로 진행될지 여부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교육부가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고등인력 양성 사업인 '두뇌한국(BK)21' 계획을 전면 수정·보완키로 한 것은 이 사업과 관련된 교수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BK21' 사업은 지식기반 사회에 대비, 앞으로 7년간 해마다 2천억원씩 총 1조4천억원을 투자, 과학기술분야 등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학원을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별로 우수대학을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
즉 과학기술 분야는 연간 900억원을 투입, 정보기술, 생물, 농생명, 의생명, 기계, 재료, 화공, 물리, 화학 등 9개 분야를 중점 육성하고 인문사회 부문은 100억원을 들여 한국학, 문화, 동아시아 경제·노동, 사회발전, 정보지식기반사회 등 5개 연구 분야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연간 총 지원규모가 500억원에 달하는 지역우수대학 육성사업은 수도권 이외 지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공학 등 지역산업 수요에 적합한 분야의 학부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이 공고되자 교육부가 어느정도 예견했던 대로 이에 반발하는 교수들의 항의집회와 성명이 잇따랐다.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15일 부산대에서 열린 '반민주적 대학정책의 전면 개혁을 위한 전국 교수대회'.
각 대학 교수협의회가 주도한 이 집회에는 교수 1천여명이 참가, 'BK21'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4·19이후 처음으로 거리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등 모든 학문 분야가 고도로 분화돼 있는 특성을 무시하고 특정 분야를 선정, 집중 지원하려는 관치에 의한 학문의 차별화 정책이며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을 선별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 '비민주적'이나 '밀실행정'이라는 비난도 뒤따랐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도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대학측에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강요, 대학교육을 활성화하기보다 대학의 자율성을 말살하려는 관료적 발상에서 나온 계획"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어 각 지역 및 대학도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사업의 부당성을 성토하는 성명과 집회를 계속, 정부와 여당은 서둘러 무마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이날 국정협의회에서 수정·보완키로 합의한 내용은 철저하게 교수들의 불만, 특히 인문·사회 분야와 사립대, 지방대의 불만을 무마하는 내용들로 짜여져 있다.
가장 반발이 거셌던 인문·사회분야 교수들을 위해서는 학계 의견을 수렴해 교수들이 원하는대로 사업단 규모와 구성요건, 참여교수 자격, 지원분야 등 사업계획을 아예 전면적으로 뜯어고쳐 재공고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오는 20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하겠다는 계획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또 사립대 교수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이었던 교수연구업적평가제와 연봉제, 계약제 등 신분과 직결되는, 다시 말해 교수들이 불안해 하는 제도의 도입도 사업참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수도권 대학원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지방대 대학원이 고사(枯死)한다'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초 학부생들에게만 장학금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대학 자율에 의해 대학원생도 지원할 수 있도록 바꿨다.
교육부가 뒤늦게나마 교수들의 의견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들의 불만을 어느정도 누그러뜨릴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책 추진의 일관성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우선 '선택과 집중의 원칙' 및 '수도권=연구, 지방=교육'이라는 사업의 당초 취지가 상당히 퇴색했다는 것.
즉 빠른 시일내에 국제 수준의 연구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여건을 갖춘 대학을 선택, 집중 지원한다는 목적은 상당부분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교수업적평가제 등과 연계해 연구수준을 높이고 대학개혁을 유도한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또한 이른바 '명문'또는 수도권 대학으로의 우수학생 집중을 막고 '지역 우수대학→세계수준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진학유형을 일반화, 입시경쟁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도 무색해졌다.
특히 이번 반발이 다분히 교수들의 대학 또는 자기학문 이기주의나 '밥그릇 챙기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도 불구, 이들의 주장에 밀려 정책을 일관성 없이 수정함으로써 '밀면 밀린다'는 인상을 주게 돼 총선을 앞두고 교원종합대책, 국립대 구조조정 등 다른 교육개혁의 추진도 유야무야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