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김근화

입력 1999-07-09 14:08:00

뉴스를 보는 것 조차 부끄럽고 기가 막힌다. 무엇이 그리 잘못되었길래 수십명 수백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대형사고가 이렇게 연달아 일어날 수 있겠는가! 무너지고, 터지고, 불나고…그때마다 "인재다",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운운하지만 때마다 반복되는 얘기일뿐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수백명의 어린 꽃봉오리들을 그것도 임시변통으로 꾸며놓은 컨테이너 박스속에 밀어넣고 부모들은, 아니 어른들은 아이들을 즐거운 캠프에 보냈다고 자위하고 있었단 말인가!

19명의 어린 생명을 앗아간 화성 참사는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어른들을 너무 부끄럽게 한다. 특히 직·간접으로 연루된 공직자들을 좌불안석하게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한가닥 희망을 발견했다면, 당시 부녀복지계장 이장덕씨의 비망록이다. 업자와 상사의 부당한 압력, 금품공세, 심지어 협박까지 당하면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은 협박을 견디다 못해 허가를 내주고 자신은 자리를 옮겼다. 이 간단한 업무일지에 담긴 내용은 실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부정과 비리를 온존시키고 있는 공직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법이 정한 근로연령이 18세인데 여성들은 이 나이부터 25세정도까지는 직장에서 '꽃'같은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26~30세, 이쯤부터는 꽃이 아니라 사무실에 장식으로 놓아두는 화분 정도로 밖에 취급받지 못한다. 이장덕계장의 나이가 40이니, 이 여성공직자의 이름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 주었겠는가! 또 어떤 일을 소신껏 할 수 있었겠는가!

공직사회의 몇 안되는 여성들은 탁월한 실력과 친화력, 그리고 슈퍼우먼의 기질을 타고난 분들이 대부분이다. 가정과 직장을 양립하면서, 소신과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동료 남성보다 3배는 노력했고, 건강했고, 정직해야 했다. 부정과 비리에 물들지 않은 여성공직자 그들은 이 시대의 치료자이며 지도자가 틀림없다. 오피스 걸이나 오피스 레이디가 아닌 오피스 마더로서 추앙받는 단어가 미래에는 분명 있을 것이다. 여성계장 이장덕씨가 고군분투한 비망록이 널리 소개돼 훌륭한 여성공직자의 명예를 대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여성자원금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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