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우리나라의 국가물류비는 국내총생산(420조9천억원)의 16.5%(69조6천억원)로 선진국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매출액의 1/6을 길에다 뿌리는 셈이다. 대구의 경우 내륙에 위치, 물류비가 전국 평균보다 1~2%가 더 높다는 것이 학계 관측이다. 그래서 대구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물류비의 감축, 즉 SOC (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구시는 민선시대를 연 지난 95년 대구경제활성화계획을 통해 96년부터 대구공항 국제공항화, 터미널 및 유통시설의 정비.이전, 낙동강변도로 등 도시교통망의 확충 등 20여개 사업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상당수 사업이 4년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대구시가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이 대구공항의 국제공항화다. 지역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구공항의 국제공항화가 무엇보다 시급했기 때문이다. 시가 마련한 대구공항의 국제공항화사업은 838억원을 들여 중형기 5대가 동시 이용 가능한 계류장 등을 갖춰 연간 49만명을 수송할 수 있는 국제선 청사를 짓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곡절끝에 당초 올해말까지 완공키로 했던 국제선 신청사건립이 2001년 5월까지 늦춰졌다. 공사는 현재 16%의 공정을 보이고 있어 계획연도 완공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항공노선도 오히려 축소됐다. 96년 2월 주 2편이 첫 개설된 대구-부산-오사카 국제노선은 경제난으로 주 1회만 운항중이고 대구-부산-방콕 노선은 지난해 3월 운행 2개월만에 중단됐다. 그만큼 대구의 국제화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철도수송의 현대화계획도 진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구시는 역내 물동량의 신속한 수송을 위해 화물취급 전용역으로 서대구화물터미널을 건립키로 하고 지난 96년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6월 완공예정이었던 서대구화물터미널 건설사업이 주관사인 (주)청구의 부도 및 자금전용으로 공사가 중단돼 현재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새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철도청과 대구시가 내년도 예산에 260억원을 공동으로 추가부담하는 방안을 강구중이지만 예산반영이 불확실해 사업의 장기공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시역내 자동차벨트의 주간선도로가 될 성서공단-구지공단간 낙동강변도로 건설사업도 겉돌고 있다. 이 도로는 지난 97년 민자유치사업으로 지정됐으나 최근 기획예산처가 민자사업 지정까지 취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건교부와 대구시가 민자사업으로 재고시하거나 예산사업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사업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건교부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거니와 현재의 대구 재정여건상 지방사업으로 전환할 입장이 안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벨트의 물동량 수송을 담당하게될 산업도로 계획이 와해된 것이다.
지역 수출품 등 물류수송에 큰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구-포항간, 대구-김해간 고속도로도 공기를 맞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는 보상지연 등으로 4% 진척에 그쳐 2002년 완공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2001년 완공예정인 대구-김해간 고속도로도 부산-대동간 17.9km만 완공됐을뿐 동대구-대동간 82.5km가 민자사업으로 전환돼 내년쯤에야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됐는가. 종합유통단지 등 일부 사업을 제외한 대구의 주요 SOC사업들이 하나 같이 공전되거나 좌초된 이유가 무엇일까. 경제전문가들은 대구시가 의욕만 앞세운 채 치밀한 사전조사 및 계획없이 미리 사업계획을 공표하다보니 이같은 일이 벌어지게 됐다고 지적한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의견조율도 않은 채 계획을 불쑥불쑥 내놓다보니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경산대 김종웅교수는 "SOC사업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 SOC사업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사전 의견조율을 거쳐 시행해야 예산배정문제, 정치적 고려사항 등이 반영되고 실패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말해 대구시가 대형 SOC사업 추진을 위한 중앙정부와의 원활한 대화통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 사업추진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 인근 지자체와 연계, 사업의 기대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등한히 해온 것으로 보인다. 포항 신항만개발공사가 단적인 예다. 환동해권개발 등 포항신항이 개발될 경우 대구가 커다란 수혜를 입는다. 그런 의미에서 항만공사는 물론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건설사업 추진도 대구 경북이 함께 나서야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구시가 경북과의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하는듯한 인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양단체장의 회동 모습 조차 희귀한 일이 되고 말았다.
대구시는 지금부터라도 주요 SOC사업에 차분히 접근, 구상 뿐인 청사진 발표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완결짓는다는 실행력 있는 자세로 대구경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북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洪錫峰기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