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화산업인 안경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자는 '안경 밀라노 프로젝트'(6월 23일 8면 보도)가 대구시, 업계, 학계, 정치권 등의 관심을 받으면서 힘을 얻고 있다.
세계시장의 안경에 대한 요구가 패션 중시로 급변하고 있어 패션산업 고부가가치화와 병행하기 위해서도 안경산업 육성은 놓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구 안경산업의 현황, 문제점, 전망과 관련 기관들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안경테를 수출, 한해 1천만달러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ㅇ안경은 자체상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다 '뜨거운 맛'을 봤다. 재작년 미국에서 열리는 안경박람회 '비전 엑스포'에 출품하자 미국 구매선들이 거래를 그만두겠다고 협박했기 때문. 자체상표로 시장개척 첫 발도 내딛기 전에 해외 구매선이 끊긴다는 것은 바로 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이 회사는 "그만한 규모면 박람회에 나가도 되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권유를 한귀로 흘린다.
기술과 기능인력은 축적돼 있으나 상표, 시장개척능력, 자본력에 있어 영세성을 면치못하고 있는 게 지역 안경산업의 현주소다.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지역 안경산업은 수출고 2억5천만달러까지 기록했던 특화산업이지만 95년을 기점으로 위축세를 타고 있다.
올들어서도 5월 현재 수출실적이 작년 동기 대비 4%포인트 감소했다.
중국 저가품 공세에 밀리는 데다 저-고가 제품으로 양극화하는 세계시장 변화를 미처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는 안경테의 개당 가격대는 4~10달러. 2~3달러대 저가품을 대량 생산하는 세계 2위 생산국 중국과 경쟁할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20달러대를 넘나드는 고급품을 생산하는 이탈리아, 프랑스와도 견주기 힘들다.
디자인 개발력이 약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옷에 맞춰 안경도 바꾸는 신세대 패턴에 부응하려면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2년에서 6개월로 짧아진 제품유행 주기를 선도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자본과 상표가 없다대구 안경업체는 줄잡아 250개. 국내 안경테 생산의 80%, 수출의 93%, 업체수 79%를 차지하는 특화업종이지만 영세성을 면치못하고 있다.종업원 5인이하 업체가 85%이고 대부분이 자본금 3천만원 이하다. 100명이상 종업원을 가진 업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업계에 유행처럼 번진 소사장제도는 영세성을 더 부추겼다.
광학조합 김천태 전무는 "워낙 영세하고 부침이 심해 일을 하고 있는지 폐업했는지 여부도 제때 알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기업규모가 영세하다보니 세계에 내놓을만한 자체상표가 없고 그래서 부가가치가 낮다. 생산량의 90%를 수출하고 있지만 95%이상이 OEM 방식이다.
20여 업체가 자체상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홍보가 거의 안돼 해외시장에서 알아보는 구매선은 없다. "미국 광학잡지에 한쪽짜리 광고 싣는 데 5천달러가 듭니다. 한번 싣는다고 상표에 대한 인지도가 형성되는 게 아니니 자본력이 약한 지역 업체는 엄두도 내기 어렵지요" 조합 김전무의 분석이다. 세계시장은 급변하는데 지역 업체들은 이런저런 형편으로 사양산업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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